『만행을 사죄하라』 『정신대의 진상을 밝혀라』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는 매주 수요일 정오만 되면 어김없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꽃다운 청춘을 송두리째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일제의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맨주먹 항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년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신대 할머니의 한은 그만큼 처절하다. ◆소위 일본의 황군에는 20만명의 종군위안부가 있었고,그 가운데 대부분이 한국여성이었다. 이들 정신대라는 이름의 종군위안부들은 최전선 참호속에서 짐승처럼 짓밟혔다. 막판에는 후퇴하는데 짐스럽다고 집단학살까지 자행했다. 요행히 살아남은 정신대원도 차마 입밖에 낼 수 없는 과거 때문에 고향에는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서 떠돌다 죽은 사람이 많다. ◆일제는 이 엄청난 만행을 감추기 위해 근거서류를 모두 불태워버렸다. 일본정부는 『정신대는 민간업자의 소행으로 정부가 간여한 증거가 없다』고 줄곧 발뺌했다. 그러나 미 스탠퍼드대와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보고서에 일본정부의 간여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자 『옛 일본정부가 간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모집과정의 강제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 일시 귀국중인 오재희 주일 대사가 중요하지도 않은 정신대의 진상문제를 한국쪽에서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식의 해괴한 발언을 해서 말썽이 되고 있다. 오 대사는 일본정부의 정신대 강제동원에 대해서도 『덮어놓고 당사자의 말만 믿고 어떻게 인정하는가. 일본정부가 고의적으로 강제동원에 대한 자료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는 보도다. ◆오 대사는 자신의 발언으로 말썽이 나자 9일 부랴부랴 대책협의회를 찾아가 『진의가 와전됐다』고 해명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나라의 60대라면 일제시대 정신대 동원이 경찰과 헌병을 앞세워 강제동원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체험으로 아는 일을 두고 다른 사람도 아닌 교섭창구역의 주일 대사가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한심스럽다. 경륜이 부족한 탓인가. 나이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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