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미사일을 내밀었다가 물러서는듯 했던 이라크가 10일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의 뺨을 후려쳤다.재작년 1월 걸프전이 터진 것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한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번에 이라크가 쿠웨이트 영내로 밀려들어 유엔감시하의 무기를 탈취한 것은 그러니까 유엔의 권위에 정면도전하는 치고빠지기식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눈이 이라크의 대공미사일에 쏠려있는 판에 후세인은 고전적인 게릴라전술로 서방측에 도전한 셈이다. 그렇지않아도 유엔의 경제봉쇄로 고립돼있는 후세인이 이런 모험을 강행한 저의가 딱 잘라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걸프전쟁의 파국에 살아남은 독재자 후세인이 모험을 해야하고 또 모험을 시도함직한 여건이 익어가고 있다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후세인은 다국적군의 주축인 미국이 정권교체기에 있다는 사실을 모험의 좋은 여건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더구나 워싱턴의 다음 행정부는 냉전기와 같은 강경책보다는 실리위주 경제문제에 치중할 것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후세인은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독재자 후세인에게 무대를 마련해줬을 뿐이다. 우리는 후세인이 20수만의 국민을 죽게한 전쟁에 패하고도,이제 또 경제봉쇄로 죽어가는 국민을 다그쳐 게릴라전을 감행하는 정치적 상황을 주목한다.
후세인은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전쟁상태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는 다국적군의 압력으로 대공미사일을 뒤로 빼면서도 「승리」를 다짐하고 「항전」을 소리높이 외쳤다.
후세인의 게릴라식 치고 빼기는 따라서 이번 한차례의 해프닝으로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마도 후세인은 전면전을 다시 유발하지 않는 한도안에서 치고 빼기식 뺨때리기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후세인의 도발은 워싱턴의 다음 주인이 될 클린턴 행정부가 해결해야 될 숙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것은 동서냉전이 끝난 지금,새로운 형태의 「지역냉전」의 등장을 뜻할 것이다.
우리는 이와같은 유형의 정치행태를 김일성 치하의 북한에서 목격해왔다. 국민의 희생위에 군림하는 독재체제는 「자주」의 깃발아래 조작된 전쟁분위기를 먹고 사는 것이다.
중동의 평화뿐만 아니라,이라크 국민의 복지와 자유를 위해서도 이라크의 「지역냉전」은 국제사회의 일관된 의지로 막아야할 것이다. 이라크가 하루 빨리 합리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중동의 평화와 자유는 우리에게도 이해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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