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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치고 빠지기」로 서방 농락/이라크 「쿠」 전격 침공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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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치고 빠지기」로 서방 농락/이라크 「쿠」 전격 침공 안팎

입력
1993.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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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평화제의” 능수능란한 신경전/“국토수호” 명분 「비행금지구역」 거부이라크의 현란한 대서방작전이 파도를 타듯 이어지고 있다. 일발 KO를 노리는 미국 중심의 서방은 인파이팅과 아웃복싱을 교묘히 배합한 사담 후세인의 치고 빠지는 전략구사에 말려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채 무수한 잔펀치를 얻어맞고 있다. 무기배치→철수→재배치,응전불사→평화제의→성전독려,사찰불응→사찰단 입국허용→유엔기 비행불허….

미 백악관은 지난 9일 남부 비행금지구역에 전진배치됐던 이라크 미사일이 이라크측에 의해 해체돼 이동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백악관은 『사담 후세인이 다국적군의 단결된 힘 앞에 굴복했다』며 미·영·불·러 유엔안보리 4개국의 미사일 철수 최후통첩에 이라크가 무릎을 꿇었음을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이라크측 반응은 서방의 자족을 무참히 꺾어놓았다. 후세인은 관영지 기고와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성전 결의를 독려함은 물론 유엔 무기사찰단을 태운 항공기의 이라크 영공 비행금지조치를 해제하라는 안보리의 경고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이라크는 그러나 성전독려 다음날인 10일 정부 대변인을 통해 돌연 평화회담 개최를 서방측에 제의했다. 『어떠한 위협도 없는 평화를 달성키 위해서』라는 것이 회담제의 이유였다. 그렇지만 같은 날 후세인이 이끄는 혁명평의회는 『이라크의 대공미사일은 백악관 발표와 달리 여전히 남부 비행금지구역에 배치돼있고 어떠한 공격에도 보복할 태세가 돼있다』며 대서방 강경입장을 재확인했다.

속사포같은 말의 포화는 실력행사로 이어졌다. 이라크군 2백여명이 평의회의 강경입장 재확인 발표 몇시간후 쿠웨이트를 침범,유엔측이 감시하던 다량의 무기를 탈취해갔다. 막강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실크웜 미사일 4기가 탈취무기에 포함됐다. 전광석화같은 히트 앤드 런이었다.

이라크의 서방 농락하기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승자와 패자의 구분조차 모호한 전쟁이 돼버린 걸프전 종전후 2년 가까운 기간동안 후세인은 혹독한 유엔의 각종 제재조치를 끄떡없이 버텨왔다. 실각할 것이란 일반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부의 적을 하나하나 솎아내며 족벌과 친위세력으로 조직과 지휘체제를 더욱 강고히했다.

버틸 때까지 버티다 군사위협이 현실화되면 슬그머니 발을 빼는 후세인의 능수능란한 전략은 명분면에서도 별로 밀릴게 없어 서방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안보리의 이름을 빈 서방 4개국의 자의적 선긋기인 만큼 『자국 영내에서의 어떤 군사적 움직임도 국가존엄성 유지 및 국토와 주권수호를 위한 방어행위에 불과하다』는 이라크의 주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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