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등 미개발지까지 영향력 확대 포석/「군국주의」 눈총… 지역안보협 추진은 미지수【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동남아에 대한 일본의 정치·경제적 공략이 새해들어 한층 본격화되고 있다.
그 구체적 활동이 올들어 처음으로 8일간 일정의 해외나들에 나선 미야자와 총리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브루나이 등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 4개국 순방이다. 미야자와 총리는 11일 첫 순방지 자카르타에 도착,일본과 아세안간의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이들 국가지도자가 내년초 일본을 방문하기로 되어있어 이번 순방서 제외됐다.
미야자와의 이번 아시아순방은 지난 91년 총리에 취임한후 최초의 동남아시아 공식방문으로 이 지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예속화 및 영향력 장악시도와 관련해 커다란 관심을 끈다.
미야자와 순방의 표면상 목적은 일본이 이제 막 성장 사이클에 오른 아세안국가와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야자와는 순방길에 오르기전 『일본이 아세안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직접 듣고 싶다』면서 일본의 사회간접시설 통신 인력자원개발 분야 등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세안 각국은 세계경제의 침체와 함께 이 지역에 대한 일본의 투자가 최근 크게 위축되는 현상에 불안을 느껴 경쟁적으로 일본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자국 경제를 활성화시켜 보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환경은 아세안에 대한 일본의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경협을 통해 우회적으로 인도차이나반도의 미개발지에 영향력을 확대해 동남아 전체를 「완벽하게」 자신들의 지배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포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야자와는 아세안을 『21세기에 가장 눈부신 지역이 될 것』이라고 묘사하면서도 전쟁에 찌든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본과 아세안,특히 이 지역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싱가포르와 태국이 함께 협력하자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와함께 일본은 그간 경협차원에서 머물러왔던 아세안과의 관계를 국제정치적,안보전략적 차원으로 한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야자와는 이번 순방에서 아세안 지도자들에게 올여름 동경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담(G7)에서 아세안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약속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주목되는 이벤트는 동남아에 대한 일본의 장기 정책과 전략의 틀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방콕에서의 기조연설이다. 소위 「미야자와 독트린」으로 알려진 미야자와 총리의 방콕 연설은 총리실의 동남아 정책자문위가 지난달 25일 제출한 보고서를 기초로 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포럼형태의 지역안보협의체를 창설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야자와 자신도 여러차례 아시아판 유럽안보 협력회의의 수립 필요성을 제기한바 있다.
그러나 정치 관측통들은 일본이 군국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아시아 각국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국주도의 안보협의체 창설구상을 서두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방문기간에 미야자와는 2차 대전때 잔학한 전쟁범죄로 인한 이 지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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