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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진로(’93 정국: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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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진로(’93 정국:8)

입력
1993.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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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인사 통합·현대단절 과제/「공당화」여부가 재기 가름할듯대선패배이후 잇단 당내 문제와 현대수사 등 선거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민당의 진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이후 침체된 분위기에 빠졌던 국민당은 새해들어 패배의 충격을 딛고 활로를 모색하는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정주영대표의 발언파문과 김동길 최고위원의 사퇴,그리고 정부 및 민자당의 국민당에 대한 강경한 태도 등으로 다시 어려운 국면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현재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 및 기구의 대폭 축소 등 「감량」작전을 펴고 있으나 지도체제 문제를 비롯한 기본적인 토대의 불안정으로 진로 자체가 유동적인 상태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국민당은 대선직전 대거 영입한 중량급 의원들을 포함,당내 인사들간의 미묘한 힘겨루기 양상마저 드러내고 있어 내부분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재 국민당내에서 향후 진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문제는 「공당화」를 위한 구체방안의 모색.

대선이전까지만해도 당의 모든 운영이 후보중심으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고 그러한 상황이 「선거 때까지」라는 묵시적 전제아래 양해되어 왔다는 것이 국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고 또한 그 결과가 「의외의 패배」로 나타난 이상 과거와 같은 후보중심의 「사당」 성격으로는 당을 유지시키기 어렵다는 것 역시 당직자들의 대체적 견해다.

따라서 국민당 관계자들은 대선패배의 충격을 씻고 「다음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과거의 운영방식에서 탈피해 창당초기 내세웠던 이념을 실질적으로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당 「공당화」를 위해 제시되고 있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정 대표로부터의 재정적 독립과 제도 및 기구에 따른 당운영 등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이 두가지 문제는 서로 맞물려있는 사안으로 결국 정 대표 개인과 당을 분리시킨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어떤 경우도 정 대표의 당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시킨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 대표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이 절대적이어서는 안되며 일정지분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동길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정 대표의 2선 퇴진론을 주장하며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힌 것도 결국 이같은 「공당화」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김 최고위원을 만났던 이자헌 최고위원·김정남 원내총무 등 『김 최고위원의 사퇴의사 표시는 국민당이 하루 빨리 공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당의 대부분 인사들이 「공당화」에 비중을 두는 것은 비단 정치적 명분뿐 아니라 향후 그들 각자의 정치생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국민당이 대선전의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당은 물론 구성원 개인들의 정치적 장래가 어둡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공당화」 요구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국민당은 금년내내 심각한 내부 동요에 직면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반면 정 대표에 의해 「공당화」를 위한 조치가 충실히 이행될 경우 국민당은 다시 한번 「재기」를 도모할 토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당관계자들은 말한다.

김동길 최고위원 등 일부인사가 「2선 퇴진론」을 제기하고 있으나 당운영기금 확보 등 「공당화」이후 정 대표의 구체적 위상은 당내 여론수렴 및 절충과정을 통해 무리없이 해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오히려 정 대표가 3월 전당대회에서 경선 등의 방식을 거쳐 보다 확고한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높다.

「공당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또하나 중요한 문제는 현대와의 관계단절. 물론 현대와의 절연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이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한 조치들이 가시적으로 취해져야 할 뿐 아니라 대선과정에서의 현대관련 부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게 국민당 인사들의 주장이다.

이와관련,한 고위당직자는 『대선 과정에서 정 대표 개인돈이 아니라 현대자금이 실제 대규모로 유입됐다면 국민당에 합류한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 문제 역시 복잡한 당내 현안으로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공당화」를 비롯해 모든 문제가 잘 풀린다해도 향후 당권을 둘러싼 내부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 상층부에 이질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당권다툼은 멀지않은 장래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초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당내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민당이 당초 목표한대로 충실한 「공당화」에 성공할 경우 이러한 갈등요인들은 일반 정당들의 사소한 문제점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결국 국민당이 정 대표의 계속적인 후원속에 공당으로 변모할 것인지가 「재기」의 관건인 셈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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