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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해」에 해야 할 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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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해」에 해야 할 일(사설)

입력
199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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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61%는 한달에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독서와는 거의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이다. 그 대신에 하루 1∼2시간 이상씩 TV는 열심히 시청한다. 청소년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세계에서 책 안읽는 국민으로 낙인이 찍혀도 변명조차 못하게 되었다.스스로 딱해서인가,아니면 부끄러워서일까,정부는 올해를 「책의 해」로 일찍 정해놓고 「책을 펴자 미래를 열자」고 목청을 돋우고 나섰다. 마치 대중가요처럼 흥을 올리기 위해선 이런 반주라도 독서운동에 필요하다는 뜻인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책을 읽자는 장단부터가 책을 그만큼 안읽는 반증이니 입이 무겁다.

책을 괄시하니 그것이 귀중한줄 모름은 당연하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골치아픈 일이다. 눈으로만 읽지 않고 머리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쉽게 쉽게 살아가는데엔 오히려 방해물 같이 느껴진다. 그만큼 우리는 삶의 무게와 중심을 잃고 있는 셈이다.

비록 만각이긴 하나 책에 대한 관심과 독서의 가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거품경제의 허망을 깨우치듯,책없는 문화가 곧 거품문화임을 차츰 깨닫기 시작한다. 독서풍토의 박토화는 우리네 삶에서 윤기를 걷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온몸을 뒤흔들고 기성을 지르는 경박한 풍조보다 머리와 가슴으로 고뇌하는 일이 소중함을 알게 된다. 생명의 가치와 생활의 길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그러하다.

책 읽기는 버릇에서 비롯된다. 버릇은 필요와 자극에 의해 만들어진다.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책을 펴들고 또 잘 살려면 책을 손에 잡아야 한다는 유인이 있어야 독서문화의 발전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도덕성을 상실하고 정서불안에 떠는 이유의 한가닥도 책문화의 빈곤 탓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기술의 낙후를 개탄만한다. 첨단기술이 땅에서 솟는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가. 탐구와 교육의 결과이며 그것은 곧 책과 책으로 이어지는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는 책의 해가 요란한 구호와 행사로 끝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책은 인간두뇌와 피나는 탐구의 결정이며 그것은 다시 머리를 통해 사고로 전달되며 건전한 정서를 함양시키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독서운동은 이러한 기초 다지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책의 해라고 북치고 장구쳐서 좋은 책이 나오고 많은 책이 읽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어야만 사람답게 살고 경쟁의 탄력을 키울 수 있음을 함께 깨달아야 실효를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출판계가 이번의 기회를 크게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싶다. 한권이라도 더 좋은 책을 만들어 정보화시대에 걸맞도록 신속하게 독자를 파고드는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책의 문화 독서문화가 활짝 개화할 수 있을 줄 안다.

책은 문화의 길이며 생명이다. 책 안읽는 국민의 오명을 올해엔 깨끗이 씻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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