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합의와 신뢰감이 깨질 때,제한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힘과 국가의 힘을 혼동할 때,집권여당이 분열의 조짐을 보일 때,한가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들이 발호할 때,국회의 활동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대통령은 통치를 하는데 심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한다. ◆대통령의 통치권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은 이밖에도 많다. 언론들이 대통령의 성격이나 사회의 병리현상에만 초점을 맞춘 폭로기사 보도에 열을 올릴 때,사법부가 행정의 정책결정에 위헌·위법판결을 자주 내릴 때,행정 각 부처의 관료들이 무사안일 속에서 현상유지에만 연연할 때,해결이 쉽지않은 고질적인 정책과제와 예상찮은 돌발사태가 자주 터질 때,통치권은 고전하고 상처받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얘기다.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레이건이 취임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81년 1월초,취임준비위원회가 레이건 당선자를 위해 만들어준 비망록의 일부 내용이다. 이 비망록을 작성한 사람은 아놀드 멜츠너라고 한다. 멜츠너는 MIT대학의 정치학 교수로 레이건을 당선시키는데 기여했고 취임준비위원회의 일원으로 통치이념을 제공했다고 한다. ◆멜츠너의 비망록 골자들은 비록 미국 정치상황에서 도출된 것이긴 하지만,우리의 6공정권 5년에서 리더십이 고전했던 상황들과 너무 흡사한 것들이 많아 보인다. 멜츠너란 정치학자의 정치상황을 꿰뚫어보는 식견과 혜안이 부럽다.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이란 책의 부록에 보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효과적인 통치를 하는 멜츠너의 방책들이 제시돼있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을 위한 취임준비위원회가 화려하게 간판까지 내걸고 지금 한창 활동중이다. 하지만 보도되는 활동내용들은 신선한게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의 멜츠너」와 같은 두흉들이 기여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통치성공은 바로 국민들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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