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술·우라늄 매장 월등/원전관련 수출 올 10억불 전망/핵과학자 유출·안전성들어 일부 서방국들 우려 목소리로【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러시아의 산업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원자력산업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러시아국가 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생산이 전년대비 약 20% 줄어들고 수출입 역시 22%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한 반면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설비,기술,연료 등의 수출은 지난 91년과 92년에 각각 6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오는 2015년까지 원자력발전설비 및 플랜트 등을 수출,모두 1백8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의 원자력산업이 각광을 받는 것은 우선 핵폭탄을 제조하는 기술을 비롯한 원자력관련 기술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데다 우라늄의 매장량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군수산업의 민수화전략의 일환으로 과거 핵폭탄을 제조했던 많은 우수한 기술자들을 대거 원자력산업에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 원자력부에 따르면 이미 핵폭탄 제조관련 기술자중 3분의 1이 원자력발전 관련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오는 95년까지 기술자중 절반을 이 분야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중국과 이란에 건설할 예정인 원자력발전소에 기술자를 대거 파견,경험을 쌓도록 하는 등 지난 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건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핵기술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와함께 우라늄의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전세계 우라늄 매장량의 약 20∼25%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올해에만 약 8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플루토늄 핵물질도 가능한 범위내에서 외국에 판매할 예정인데 이중에는 미국에 약 40㎏의 플루토늄을 팔 계획도 포함돼있다.
빅토르 미하일로프 원자력부장관은 『미국에 판매할 플루토늄은 러시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은 이 플루토늄을 우주에서 방사능 물질이 전기를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냉전시대라면 감히 이같은 양국간 핵물질의 수출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처럼 원자력산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자 일부 서방국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부 서방국가들은 지난 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러시아의 원자력기술이 결코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측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면서 결코 체르노빌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49년 처음으로 원자폭탄을 제조·실험한바 있으며 지난 54년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킨바 있다.
러시아는 또 서방국가들이 걱정하고 있는 핵기술과 물질의 군사적 이용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러시아는 결코 타국가가 핵폭탄을 제조하는데 협조하지 않을 것이며 군사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핵물질이나 설비도 철저하게 통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군사적 이용 가능성이 있는 핵물질과 설비에 대한 통제강화를 크렘린궁의 이름으로 발표한바 있다. 또 핵관련 과학자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도 철저하게 차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와 북한 등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어하는 일부 국가들은 많은 보수를 약속하면서 러시아의 핵관련 과학자를 유혹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러시아의 과학자가 이들 국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바는 없으며 러시아도 보안국 등을 통해 핵관련 과학자들의 동정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원자력 발전기술 등을 보다 활발하게 수입해가길 희망하고 있으며 이를 난국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와관련,오는 2010년까지 현재의 원자력발전 능력을 2배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히는 등 원자력을 산업의 주요 동력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과연 「핵」을 평화적으로 얼마만큼 유용하게 사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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