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와대 인계­인수(한국일보 월요포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와대 인계­인수(한국일보 월요포럼)

입력
1993.01.11 00:00
0 0

오는 2월25일에 있을 새 정부 정식 출범을 앞두고 들어갈 사람과 떠나는 사람들로 정가와 관가가 어수선하다. 특히 권부의 심장이라고할 청와대의 경우 대부분의 청와대 식구들이 대통령과 진퇴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측은 언론의 각광속에 청와대 인수준비에 바쁘지만 노태우대통령은 조용하게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명암이 엇갈리는 이같은 장면은 회자정리의 착잡함을 새삼 일깨워주지만 우리의 정치가 진일보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물러나는 노태우대통령/소리없이 짐싸며 「퇴임후 거취」 구상/동고동락 보좌진 「자리 챙겨주기」에 신경도

노태우대통령은 앞으로 꼭 한달반후면 5년간 정들었던 청와대를 떠나 연희동 사저로 돌아간다.

청와대의 이사준비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시작돼 노 대통령 부부의 스타일대로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본관 살림집의 이삿짐이 조금씩 연희동으로 옮겨지고 있고 비서실의 업무정리도 막바지에 와 있다. 노 대통령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청와대 보좌진들의 「갈길」을 찾아주는 일도 소리 소문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요즈음 조용하다 못해 「적막강산」같은 분위기이다. 떠나는 사람들의 아쉬움과 착잡함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퇴임후 연희동 사저에서 노모 김태향여사(81)를 모시고 부인 김옥숙여사와 함께 평범한 시민생활을 누릴 것이라고 여러차례 말해왔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여유자적한 생활에 상당한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전직 국가원수들의 말로가 한결같이 비참하고 기구했던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평범한 시민생활」로 돌아가는 만큼 전통과 관행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임자가 퇴임후의 영향력 행사를 위해 국가원로 자문회의를 만들려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있는 것 같다는 풀이이다.

노 대통령은 이와함께 국가이익에 보탬이 되는 방안이 있다면 재임 5년의 경험을 살려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뜻도 사석에서 가끔 내비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정계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새 정부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말을 했다. 이는 물론 원칙론적인 의사표명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이 영향력 행사차원을 떠나 전직 국가원수의 국정운영 경험이 국익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있을 수는 있다. 노 대통령은 미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가 활동 중심지가 되고 있는 국제원로모임의 정회원이다.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급으로 구성된 이 모임에는 레이건,고르바초프,지스카르 데스탱,대처 등도 회원으로 있다.

재임기간에 정상외교를 화려하게 펼쳤던 노 대통령인 만큼 이같은 모임을 통해 그간의 교분을 토대로 우리 외교를 측면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봤직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나 측근들이 이런 생각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은 괜한 오해를 사고싶지 않기 때문인듯하다. 따라서 설사 이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해도 퇴임후 일정기간이 지난 뒤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일단 평범한 시민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를 떠날 「청와대식구」들의 거취문제도 청와대 이사준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약없이 자리를 떠나게 될 수석비서관들은 『더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담담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으로서는 챙겨줄 만큼은 챙겨주고 싶은 부담을 느낄게 분명하다.

법무장관 출신의 정해창 비서실장은 변호사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그러나 정 비서실장은 변호사일보다도 노 대통령 퇴임후를 돌볼 비서관들을 총지휘하는 관리역에 더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중권 정무수석은 민자당에 복당,경북 울진지구당 위원장을 다시 맡게 된다. 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며 수석비서관중 이병기 의전수석과 함께 가장 오랫동안 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김종휘 외교안보수석은 시내 광화문 부근에 연구소를 낼 것이란 전문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 연구소가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 사람들」의 연락사무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의 국제원로모임 활동 등을 벌이게 될 경우 국내 사무소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문 내무관료 출신인 심대평 행정수석은 새 정부에서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출신의 김유후 사정수석은 친정으로 돌아가 공석인 서울고검장을 맡을게 유력시 된다.

노 대통령과 육사동기인 안교덕 민정수석은 노 대통령처럼 평범한 시민생활을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온 이병기 의전수석은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차관급)으로 갈 것이란 전문이다. 이 수석은 동시에 당분간은 퇴임후의 노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하며 총괄비서관 역할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진설 경제수석 김학준 공보수석 등은 거취가 확실치 않으나 능력으로 보아 새 정부에서 어떤 자리로든 다시 쓰이는게 아니냐는게 주위의 관측이다.

1·2·3급 비서관 57명중 일반직 39명은 원래의 소속부처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중 교대하는게 아니고 퇴임과 함께 돌아가는 것이어서 원하는 자리로 못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별정직 비서관 18명의 거취. 이들 가운데 총리실 제4행정조정관으로 발령이 난 박영훈 사정비서관이나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로 내정된 이정하 공보비서관 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다.

곽순철·박원출 민정비서관도 임기내에 정부내 적절한 자리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은 스스로 제 갈길을 찾아나서야 할 처지이다.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비서실이 노 대통령의 6공 5년을 정리하는 작업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정책조사 보좌역실에서는 6공 정부 5년간의 업적을 정치,외교 통일 국방,경제,교육 사회 문화,체육 청소년,여성 등 6개 분야로 나눠 6권의 책으로 묶은 「제6공화국」 간행작업을 공보처와 함께 벌이고 있다.

공보수석실에서는 5년간의 각종 문서를 국립도서관 또는 정부기록 보존소로 보낼 것과 청와대에 보관할 것,파기할 것 등으로 분류하느라 분주하다. 공보수석실에서는 또 노 대통령 연설문집과 휘호집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삿짐을 사저로 옮기는 작업은 부인 김 여사의 진두지휘아래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돼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퇴임후 비서진 경호원들의 숙소겸 사무실 차고 등의 용도로 쓰기 위해 사전앞 빈터를 사비로 임대해 연건평 1백30평짜리 퀸싯형 가건물을 완공한 직후부터였다.

청와대에서 함께 살던 외아들 재헌씨 부부도 지난해 11월 시내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아버지의 퇴임전에 청와대를 떠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두게될 비서관(별정직 국가공무원) 3명도 이미 결정됐다. 1급으로는 윤석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2급으로는 김종기 경호실 수송과장과 노문성 제1부속실 행정관이 내정된 상태이다. 노 대통령의 퇴임후를 대비한 주변정리는 마무리돼가고 있는 셈이다.<최규식기자>

◎들어가는 김 차기 대통령/동행식솔·비서관등 「진용짜기」 고심/살림채는 당분간 증개축없이 사용하기로

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앞으로 45일후면 30여년동안 살아왔던 상도동 자택을 떠나서 새 집인 청와대로 이사하게 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차기 대통령이 5년동안 한시적으로 살게 될 거처.

그래서인지 지금 상도동 주변은 보통 이사를 눈앞에 둔 집에서 보이는 어수선한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안주인이 될 손명순여사도 이사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게 김 차기 대통령 비서진들의 설명이다.

○…상도동의 이사준비는 대통령 취임일인 2월25일에 임박해서야 구체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주자」들의 신원조회 등 일부 부수행정절차 등을 고려,김 차기 대통령측은 몇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와관련,외부의 관심을 모으는 사항은 ▲이사의 내용 ▲청와대 입주가족의 범위 ▲상도동 사택관리문제 ▲김 차기 대통령 부부의 평상생활을 거들어 줄 청와대 식솔의 면면 등이다.

먼저 이사의 내용에 대해 김 차기 대통령측은 『차기 대통령 부부가 몸만 가지고 간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소박하고 평범한 내용이 되리라는 애기다.

이삿짐은 김 차기 대통령 부부의 옷가지와 구두,개인용품,서책 일부 등에 한정되리라는 예상이다.

또 입수에 즈음해 현 청와대를 개·보수할 계획도 없다는 전언이다.

이와관련,김 차기 대통령의 김기수보좌관은 『최근 청와대측에서 입주전에 김 차기 대통령의 취향에 맞게 살림채를 보수할 의향이 없느냐는 전갈이 왔으나 손 여사가 「아무렴 상도동 집보다 못하겠느냐」며 사양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에는 김 차기 대통령 부부만이 입주키로 사실상 확정됐다. 김 차기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옹은 이미 『마산에서 계속 멸치를 잡겠다』며 마산 잔류의사를 밝혀놓은 상태다. 또 출가한 김 차기 대통령의 자녀(2남3녀)들도 청와대 입주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알려져있다.

김 차기 대통령 내외가 떠난후 상도동 사택을 누가 관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미국에 거주중인 장남 은철씨 가족이 귀국,이 집을 지키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보인다. 일부에서는 상도동의 「살림꾼」 역할을 해왔던 장학로 민원보좌역이 이를 관리하는 안도 내놓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생활의 편의를 위해 김 차기 대통령 내외가 개인적으로 데려갈 「식구」들로는 전용차 운전기사 조리사 이·미용사 개인비서 분장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용차 운전은 20여년간 김 차기 대통령을 「모셔」온 이충일씨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안방식탁은 수년간 상도동의 「입맛」을 관리해온 3명의 여조리사중 1∼2명이 담당하리라는 후문이다.

이용사는 김 차기 대통령의 단골 이발소인 서울 L·P호텔과 63빌딩의 이발사중에서 고르고 있고 미용사는 손 여사의 단골 미용사가 채용될 전망이다.

이밖에 현 민자당 총재실의 여비서중 1명과 대선 당시 분장사 2명(여)중 1명도 청와대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김 차기 대통령을 그동안 지근거리서 보좌해온 측근 및 가신그룹들은 취임에 앞서 짜여질 청와대 비서실의 새 진용의 일정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김 차기 대통령의 척박한 야당시절부터 가깝게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김 차기 대통령과 영욕을 함께 맛보아왔다.

또한 오랜 보좌경험을 토대로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김 차기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현안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은 이들이 청와대 비서실에 기용됐을 경우 기대되는 역할이다.

다만 문제는 이들 가운데 과연 누가,그리고 얼마나 많은 수가 김 차기 대통령과 「동행」할 수 있느냐는 점.

이와관련해서는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나는 측근·가신그룹의 기용폭을 늘릴 경우 「정실인사」 「논공행상식 인사」라는 비판여론을 우려한 다분히 부정적 시각이다.

이는 「인사가 만사」라는 인사철학아래 과감하고도 폭넓은 인재등용을 표방한 김 차기 대통령의 약속과도 배치될 뿐더러 정권출범 초기부터 김 차기 대통령의 개혁실천 의지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들의 국정보좌를 위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을 비롯한 당내 일부에선 청와대 비서진들이 갖추어야할 1차적 요소는 대통령의 의중파악 및 정치적 상황판단 능력이며 분야별 전문지식은 행정부의 몫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때문에 측근기용은 적어도 청와대 비서실에 관한한 논공행상식 인사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얘기이다. 행정부에 적용될 인선원칙이 청와대에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김 차기 대통령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일체의 언질을 주지않고 있어 어느쪽으로 결론이 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 역시 김 차기 대통령의 「결심사항」인 셈이다.

또 조만간 단행될 청와대 기구개편의 향배에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민자당의 김 차기 대통령 비서실 및 공조직에 소속된 당직자 및 특보·보좌역·비서관은 모두 25명선. 이들중 상당수가 김 차기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게 된다.

비서실장은 김 차기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정치감각이 뛰어난 인사가 기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서실장 후보에는 최창윤 총재비서실장 서석재·김덕룡·최병열의원과 황병태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손주환 전 공보처장관 등의 기용설도 나돌고 있다.

또 오인환 정치특보가 정무수석,이경재 공보특보가 공보수석겸 대변인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재윤 경제특보·한이헌 경제보좌역이 경제수석 후보로 거론중이며 정주년 의전보좌역과 남주홍 외교·안보보좌역이 해당분야 수석비서관 기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함께 오랫동안 핵심 가신역을 담당한 이원종 부대변인은 비중있는 역할이 맡겨질 것으로 보이며 홍인길 총무보좌역과 장학로 민원보좌역도 기용될 전망.

1∼3급 비서관의 경우 김무성 정책보좌역과 15년동안 김 차기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담당해온 김기수 수행보좌관,박종웅 비서실국장(정무담당),김기섭보좌역(의전) 박영환 대변인실 부국장 등이 대상자들.

또 표양호(공보) 허용상(국제) 이성헌(언론분석) 강상일(총무) 이영우(일정) 정병국비서관(의전)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경호팀은 그동안 유송근씨를 책임자로 하는 10명의 사설경호단을 운영해왔는데 경호실내 「자리」가 마련되는대로 최대한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유성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