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EC 시장공략/유럽인 「체형」연구 “최우선 과제”(특파원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EC 시장공략/유럽인 「체형」연구 “최우선 과제”(특파원리포트)

입력
1993.01.11 00:00
0 0

◎팔·다리길이등 국가마다 큰 차이/일제차·의류등에 잦은 불편호소【베를린=강병태특파원】 한국인들이 독일제 승용차를 운전할 때 흔힌 운전석문 안쪽의 「팔걸이」가 낮아 불편을 느낀다. 반대로 한국이나 일본제 승용차를 모는 독일인들은 팔걸이가 높다고 불평한다. 동양인과 북유럽인들의 팔길이 차이에서 오는 이 사소한듯한 불편함은 독일처럼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이 잦은 곳에서는 운전피로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승용차 선택에도 중요요소로 작용한다.

이 승용차 팔걸이 문제는 지난 1일 유럽단일시장을 출범시킨 유럽공동체(EC) 12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안고 있는 고민중의 하나다. 각종 무역장벽이 사라진 단일시장의 이점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EC 전체시장에 고루 적용하는 규격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거의 통일된 안전기준 등과 달리 신체규격은 유럽인들간에도 차이가 커 적정표준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EC 위원회는 단일시장 이익극대화에 중요한 표준체격기준 연구를 독일 킬대학의 인류학자 한스 위르겐에게 의뢰해 놓았다. 위르겐 박사는 30년간 독일 공산품 규격기준인 「산업표준」(DIN) 정립에 필요한 독일인 체격연구를 해온 독보적 권위자다.

그의 연구는 단순히 표준체격 및 체형정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만든 평균적 독일인의 모형인 「킬인형」은 10여년전부터 자동차 및 공작기계 메이커 등에 발관절의 운동반경 약손가락의 당기는 힘 등에 이르기까지,제품사용 편의성과 관련된 모든 신체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위르겐 박사는 유럽표준체격 연구를 위해 유럽인 수천명의 체격특성을 머리둘레에서 발크기에 이르기까지 조사했다. 또 각국 의류업계와 병원 군대 등의 자료를 종합했다. 이 자료들에서 나온 단순 비교치를 위르겐 박사는 『신체 규격만 따지면 유럽은 통일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우선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남자성인의 평균키 1백81㎝에 비해 남유럽인은 1백71㎝로 10㎝나 작다. 여자는 평균 1백69㎝대 1백60㎝다. 다리길이는 남자 1백10㎝대 1백3㎝,여자 1백5㎝대 94㎝의 차이가 있다.

이같은 차이는 단적으로 스웨덴제 볼보자동차를 남유럽인들이 모는데 너무 크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다리가 짧은 여자들은 운전석을 아무리 조정해도 페달에 다리가 닿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위르겐 박사도 기본적으로 자동차 의자 침대 등 모든 제품을 남유럽용으로 나눠 별도 생산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제품원가 상승을 가져와 단일시장의 기대효과를 반감한다.

이같은 표준규격 연구는 이상적 평균치를 찾는 외에도 지역별 소비자특성을 찾아내 기업의 생산 및 시장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한다. 예를들면,남북유럽의 체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평균 손크기가 같다. 또 신발크기는 여자는 북유럽쪽이 크지만,남자는 오히려 남유럽쪽이 크다. 이같은 자료는 시장에 따라 의류제품 등의 체형을 달리하거나 사이즈별 물량을 조절하는데 중요하다.

자동차 팔걸이의 예를 들었지만,유럽인의 신체특성 연구는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역외 국가들에게는 한층 중요하다. 성능과 경제성으로 인기가 높은 일본제 자동차는 얼마전까지 운전자들의 옷이 유난히 땀에 많이 젖는다는 불평이 있었다. 위르겐 박사의 연구결과 이는 일본인들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유럽인들의 신체특성을 모른채 운전석 의자를 비통풍성 자재로 만든 때문으로 규명돼 즉각 고쳐졌다.

유럽제 의류가 대체로 그렇지만,한국인들의 체형에 특히 독일제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제에 비해 잘 맞지 않는다. 이와관련,거꾸로 독일시장에 한국제 의류가 많지 않은 것도 자동차 팔걸이처럼 신체특성연구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