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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 혼란 가중(’94 새 대입제도 이것이 문제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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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 혼란 가중(’94 새 대입제도 이것이 문제다:상)

입력
199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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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평가 불구/출제지침·배점·횟수등 미정/대학본고사 「무거운짐 하나 더」/능력반·고액과외 역효과 우려□특별취재반

설희원차장·남대희·권성철·서사봉·이희정·이영섭기자

신학기에 고3이 되는 50여만명의 학생들과 이번 전기대 입시에서 3백점 이상을 받고도 탈락한 3만여명중 재수를 택한 상당수 수험생들은 물론 일선고교 교사와 학부모들의 관심이 94학년도에 전면 개편되는 입시제도에 쏠려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채택여부 대학자율)+대학별고사( 〃 )+고교내신 40% 반영(필수) 등이 기본골격인 새 대입제도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그러나 이 제도에 대해 「입시위주로 파행운영되고 있는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불안과 당혹감이 팽배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국립교육평가원이 9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7차에 걸쳐 실험평가를 해왔지만 아직까지 이 시험에 대한 출제지침·영역별 고사시간·문항별 배점 등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고사횟수와 시기,대학별 고사의 전후기 구분 및 복수지원 허용여부 등 기본요강 조차 확정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학능력시험 6차 평가의 경우 응시자중 대학입학 정원내의 수준인 상위 30%의 평균점수가 들쭉날쭉이어서 난이도 조정이 이 시험 성패의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언어영역은 평균 66점,외국어(영어)영역은 59.8점으로 비교적 적절한 편이었으나 수리·탐구영역은 43.1점으로 나타났다.

교육개혁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새 대입제도의 근본취지는 현행 학력고사의 병폐인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고액과외 등을 잠재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울대등 상위권 대학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어 영어 수학위주의 대학별 고사를 치르기로 결정,결과적으로 부담을 덜어 주려다 무거운 짐하나를 더 얹어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별고사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13년만에 학생선발권을 되돌려받아 놓고도 출제에서부터 시험관리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노하우」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별 고사를 채택한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40개 대학으로 고사과목수는 대학과 학과에 따라 다르다.

서울대 인문계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Ⅰ이 필수이며 한문 제2외국어 중에서 한과목을 선택한다. 자연계는 국어 수학Ⅱ를 필수로,물리·화학중 1과목,생물·지구과학중 1과목을 선택하는 등 모두 4과목을 치른다.

고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대학별 고사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쫓느라 고심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교가 대학별 고사에 대비,「서울대반」 「연세대반」 「고려대반」 등으로 능력별 반편성을 하거나 국어 영어 수학위주의 이동식 변칙수업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제도개혁이 오히려 고교교육에 역효과를 가져다 줄 우려도 크다. 일부 고교에선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들어 고2 담임을 서로 맡지 않으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으며 유명입시학원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배제한채 대학별 고사반만을 운영하는 등 상위권 수험생만 겨냥하고 있다.

◎대학들 본고사 준비 “난감”/70년대와 교과과정등 판이/“자율화 가늠할 잣대” 고심 거듭/출제유형·난이조정 최대난제

94학년도부터 시행될 대학별 고사를 앞두고 각 대학은 출제와 채점,시험관리,예산확보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국 1백42개 4년제 대학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별 고사를 치르기로 한 40개 대학은 지난해부터 교내에 입시전담기구를 구성,국내외 고사자료 수집과 문제유형 개발,일선고교생 대상의 모의시험 실시 등 준비과정을 거쳐 늦어도 3월까지 최종입시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대학별 고사가 시행됐던 13년전에 비해 고교 교과과정과 수험생의 학력수준이 크게 달라져 재활용할만한 「입시노하우」가 없는데다 지나칠 정도로 대학끼리 눈치만 살피고 있어 대학별 고사과목수와 사정비율 등을 정한 지난 4월이후 진전된 사항이 별로없는 상태이다.

특히 각 대학은 대학별 고사부활을 계기로 대학자율화의 실질적 출발점인 「학생선발권」이 대학에 일임됨에 따라 이 시험의 성공 여부가 자율화 수용능력을 가늠할 잣대라는 판단아래 입시안 마련에 「신중」만을 기하고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대학들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것은 대학별 고사의 출제유형과 난이도 조정문제.

서울대는 지난해 교무처 산하에 「입시센터」를 두고 과목별 소위원회를 구성,미 일 불 독 등 세계각국의 대입시 자료를 수집해 문제유형 개발에 착수했으나 「이해력 위주의 주관식·논술형 출제」라는 원칙만을 재확인했을 뿐 최종 세부요강 발표는 2월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도 대부분 출제위원회 구성과 일선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모의시험 준비를 끝마친 상태이나 확정안은 서울대 발표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들 상위권 대학들은 올해 대학입시에서 「변별력」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드러남에 따라 우수학생을 가릴 수 있는 난이도 유지를 대학별고사의 출제원칙으로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70년대처럼 교과서를 벗어난 고난도 일색의 문제가 출제될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과외붐을 다시 조성,고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하게 된다는 지적에 따라 문제유형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중위권 대학들 역시 변별력을 살린다는 입시의 기본취지와 수험생 부담을 덜어 상위권 학생들을 유치해야한다는 현실적 문제 사이에서 크게 고민하고 있다.

채점원칙 수립도 대학들이 안고있는 어려움중의 하나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고교개학 이후 치러질 모의고사 결과와 현직교사 자문 등을 토대로 출제와 함께 채점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전기대 입시에서 정답시비를 빚었던 영어 주관식 8번문항처럼 부분점수와 유사정답의 폭을 놓고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대학들은 또 출제위원과 고사공간,예산확보 등에도 적지않은 고충을 겪고 있다.

본교 교수들로 출제위원을 충원해야 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출제에 필요한 1∼2달 동안 교수들을 해당학과에서 차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따른 강의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대학별 고사관리를 위해 소요될 10억 이상의 예산확보도 문제다. 지금까지 입시비용을 수험생 전형료로 충당해왔던 대학들은 별도예산 책정과 전형료 대폭인상을 계획하고 있으나 교육부의 방침이 미정이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대 백충현 교무처장은 『내년 입시는 대학의 자율화능력을 검증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라며 『변별력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출제를 위해선 최종안 마련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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