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퇴임 부시」 건드려보기/배치 미사일 위력없는 시위용/부시 강경대응에 슬그머니 꽁무니【워싱턴=정일화특파원】 91년 1월 바그다드 밤하늘을 불바다로 만들었던 미국의 하이테크 완력이 또한번 번득이는듯 하다가 일단 머뭇거리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라크 전투기 1대가 미군 초계기에 의해 격추당한후 유엔에 의해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된 북위 32도선 이남에 러시아제 SA3 및 SA2 지대공(SAM) 미사일을 배치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4개국으로부터 8일 하오 5시30분(미 동부시간)까지 이를 원위치로 철수하지 않으면 재공격을 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았었다. 이라크는 당초 『주권국이 주권국 영토안에 미사일이든 대공포든 이를 배치하는 것은 자유에 속한다』고 버티다가 이를 슬그머니 철수하기 시작해 일단 공격은 모면하게 됐다.
일단 위기를 넘긴 이번 최후통첩 사태는 『우리의 적은 이라크 국민이 아니고 사담 후세인』이라고 공언했던 부시 대통령의 퇴임에 즈음한 과민반응과 부시 퇴임을 계기로 새로운 국제적 탈출구를 찾으려는 후세인의 잔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3일에 있는 부시 대통령의 선거패배를 후세인 자신의 승리로 선전해온데 문제가 있었다. 후세인은 부시가 클린턴에게 패배한후 축배를 들었으며 이에 다라 이라크 국민들도 거리에 마구 뛰쳐나와 『부시는 패배했다. 우리가 이겼다』고 환호성을 질렀던 것이다.
부시를 「이빨빠진 호랑이」로 간주한 후세인은 미군기들이 24시간 초계비행을 하는 32도선 이남에 슬그머니 이라크 공군기를 침투시켜봤던 것인데 이중 한대는 12월27일 미군기에 격추당하고 말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때 『후세인은 미국의 정권교체기의 공백을 노리고 있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고 후세인을 힐난했었다. 후세인은 격추된 공군기가 출격했던 알 자라 비행근처로 SA2,SA3 등의 대공미사일을 이동시켜 『필요하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짐짓 보이면서 국내적 위신을 세우려 했다.
사실 현 상황으로선 이라크가 비행금지구역 근처에 6기 정도의 샘미사일을 갖다놓는다 해도 전략상으로는 물론 전술적으로도 별문제가 안된다. 걸프전때 이라크의 전체 방공망은 철저히 부서졌으며 추적반경 불과 50마일 정도인 샘미사일로는 속도 빠른 미 함재기나 전파교란장치까지 동원하고 있는 미 전투기 편대를 도저히 잡아내지 못한다.
이라크 외곽 해안에 떠있는 미 항공모함의 키티 호크의 함재기들은 적의 레이더가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비행위치를 추적해오면 그 추적전파를 거꾸로 타고 곧장 레이더 추적시설을 격파해낼 수 있는 햄(HAM) 미사일까지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SA2나 SA3 정도의 대공 미사일로서는 고성능 미군기들을 잡아낼 길이 없다.
유엔으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후 이라크는 니자르 함둔 주유엔 대사를 통해 『주권국이 주권국의 영토내에서 무슨 무기를 어디로 옮기든 그것은 유엔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는 허세적 발언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사일을 조금씩 철수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편 부시로서는 자신의 퇴임후에도 살아남아 있을 후세인의 도박은 도저히 방관할 수 없었다.
그는 후세인이 최후통첩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막대한 미군력을 동원해 일시에 문제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어 후세인의 기를 다시한번 여지없이 꺾어두려 했던 것이다. 문제지역에 대한 작전은 강력한 화력을 동원하면 하루면 완전히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결국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 그대로 남겨둔체 백악관을 떠나게 된다. 이제부터는 클린턴과 후세인간의 공방전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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