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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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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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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아파트에서 우암아파트까지,한국적인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음을 거듭 통탄한다. 아파트가 날벼락을 맞듯이 주저앉은 까닭은 한마디로 인재였다. 무고한 희생을 내고 나서 우리는 다시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다. 엉터리들이 나서서 엉망의 공사를 했으니 결과는 참사 뿐이 아닌가.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인간의 왜소화에 소름이 끼친다. ◆어려운 일,힘든 일,더러운 일을 기피하면서 용기있는 사람들도 줄어간다. 자기를 던져 남을 구하고 살리려는 의인이 적다. 살신성인의 정신은 낡은 시대의 수신 교과서에나 나오는 전설처럼 화석화된지 오래다. 나만 안다치고 편안하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팽배하다. 뻔히 불의를 보고도 슬금슬금 꽁무니 빼기가 일쑤다. 현대인의 나약은 의기의 상실로 통한다. ◆얼마전 지하철안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안하무인 버르장머리없이 소동을 피우던 10대들을 말린 승객이 거꾸로 이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기세 등등한 난동에 아무도 나서서 제지하지 못하고 악당들은 다음 역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듣고 현대인의 초라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럴 수도 있는가,한순간 무기력감이 엄습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절체 절명의 위기에서 우리는 아직도 「장엄한 인간」을 만나게 됨을 기뻐하고 위로를 받게 된다. 우암아파트 붕괴현장에서 살신성인의 강렬한 빛이 솟아올랐다. 무너진 아파트의 동거주민인 한 공군상사 내외는 사고가 나자 자녀를 일단 피신시키고 도괴직전에 다시 들어가 잠든 이웃집 문을 쇠파이프로 부수고 10명을 구출했다. 하지만 부부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감동적인 죽음앞에 아무할 말이 없다. 세상이 아무리 야박해져도 인간애는 살아있게 마련이다. 의인이 준다고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하나의 용기있는 인간이 못난 사람들의 많은 과실을 덮어준다. 이런 이웃이 있는한 세상을 야속하다고 원망할 까닭이 없을 것이다. 의인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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