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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가격·품질」일서도“찬밥”(경제전쟁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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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가격·품질」일서도“찬밥”(경제전쟁의 현장;)

입력
199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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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행 적응「기본기」도 못갖춰/질·이미지 제고로 시장 뚫어야【동경=이상호특파원】 동경 한복판 긴자(은좌)거리. 세게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이곳에 남성의류 전문판매체인인 야오야마(청산)사가 얼마전 점포를 개설하면서 파격적인 할인판매를 실시,큰 관심을 모았다.

이 점포는 한 구석에 마련된 「초특질」코너에 걸려있는 양복의 대부분은 한국제다. 한국인이라면 금방 알 수 있는 최고급 브랜드에 속하지만 가격은 1만엔 미만이다. 딴 양복(할인가격)에 비해 3분의 1∼4분의 1의 값이다.

일본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산 TV와 VTR의 시장점유율도 급락했다. 91년 52.6%에서 92년 상반기에는 29.2%로 급전직하했다. 90년의 경우는 62.3%였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90년 3.5%에서 91년 19.5%,92년 상반기 23.9%로 급신장했다. 대만도 91년 14%에서 92년 상반기에는 16.9%로 늘었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상품인 섬유,전자제품의 일본시장에서의 위상이 이렇다.

섬유의 경우 중저가제품은 중국 및 동남아제품에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며 고급품도 홍콩 및 대만제에 비해 10% 이상 비싸다.

일본 수입시장 점유율도 한국이 91년 21,1%에서 92년 상반기 18.4%로 감소한 반면 중국은 30.8%에서 34.7%로 늘어났다.

가전제품의 경우도 저임금을 찾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일본 브랜드 제품이 역수입되고 있다.

가격경쟁으로도 품질 등 비가격 경쟁면에서도 우리 상품은 이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의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같은 상황까지 이른 가장 큰 원인은 일본시장에 대한 인식부족과 마케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본시장이 뚫고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부족했다.

일본시장의 특이성을 설명하는데 흔히 인용되는 것이 「감」이다. 일본 전국에서 생산되는 감은 색갈,무게,형태 등으로 세분돼 소비자들에게 선을보이는데 무려 24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일본시장에서는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팔수가 없습니다. 소량주문과 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일본적 관행에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무역진흥공사 정연순 동경무역관장의 지적이다.

동경무역관의 박기식과장은 『일본의 상거래는 미국 및 유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유럽의 경우는 대개 1년 단위로 대량 주문을 하지만 일본은 소량을 주문합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은 나고야(명고옥) 및 센다이(선태)지역의 수입업자들이 한국과의 교역에 있어서 애로점이라고 열거한 내용과 비슷하다. 이들은 ▲샘플과 다른 상품을 보내고 ▲사이즈가 너무 크거나 혐오색상을 사용한 제품이 많다는 등 기본적인 것들을 내세웠다 한마다로 우리기업들은 일본과의 교역에 있어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라고 정관장은 지적했다.

TV와 VTR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우리 수출품이 「고품질 고가격」으로 전환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인색이다. 즉 이제는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일본시장에 뛰어들어 품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시장을 누비고 있는 수출맨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중국과 동남아가 추격하고 있는한 수입업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OEM(주문자 상표부착방식) 형태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제 일본시장은 브랜드 이미지 전쟁』이라고 「삼성전자재팬」의 마케팅담당 과장은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떤 이미지를 일본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삼성프로야구팀이 이곳 최강자인 세이부팀을 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털어 놓았다.

일본시장에 진출하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한국기업과 정부가 같은 노력으로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시장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일본시장은 비지니스의 장소가 아니라 우리 수출상품 제조를 위한 각종 설비의 수입시장,정보수집시장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영업의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수출업자들의 주장이다. 갈수록 일본시장의 중요성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은 우선 규모자체가 세계 2위인데다 현재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는 일본밖애 없다. 따라서 일본은 싫건좋건 시장을 더 열 수 밖에 없고 수입을 늘릴 수 밖에 없다.

더욱 우리로서는 완제품을 팔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파급효과」도 크다. 『일본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는 그냥 사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삼성전자의 한 과장은 그 「효과」를 설명했다. 굳이 세계경제의 지역불록화 현상까지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일본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일본시장의 유통구조가 아무리 페쇄적이라고 해도 방법은 있다고 동경무역관의 박 과장은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한 미국의 완구회사직영점을 예로 들었다. 개도국의 「전유물」인 완구를,그것도 일본시장을 상대로 시작해 현재 성업중이다.

미국의 몇몇 컴퓨터회사는 최근 일본제품과 성능이 같은 퍼스컴을 일본제의 반값에 동경에 내놓아 일본기업들을 놀라게 했다.

92년도 외국차 판매에 있어 벤츠를 누르고 1위를 기록한 BMW는 처음부터 일본인 사장과 직원들을 이용,현지화에 성공한 것이 가장 큰 비결로 꼽히고 있다.

지나해 96억9천만달러라는 사상최고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한 대만은 올들어 무려 25회에 걸쳐 일본에서 각종 전시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10회 정도였다.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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