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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엄한 미 여론/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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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엄한 미 여론/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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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희망과 용기를 가진 수많은 미국인들이 새로운 출발을 선택했다. 국민들이여,다시 힘과 기회를 갖자』지난해 11월4일 미 대선의 승자가 된 빌 클린턴은 감동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변화할 미국,변화해야할 미국」을 외쳤다.

그 순간 클린턴에게 표를 던진 국민은 물론 표를 던지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당선연설을 「희망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유력한 언론들도 클린턴시대를 채색해주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이같은 호평과 찬사가 취임 보름을 앞두고 실망과 혹평으로 돌변하고 있다. 클린턴이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외동딸 첼시(12)를 워싱턴 DC의 공립학교가 아닌 시드웰 프레즈라는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관심과 질저하의 상징이 된 공립학교에 딸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믿었던 수많은 미국인들은 허탈감에 빠졌을 법하다. 언론은 클린턴의 이중성,언행 불일치를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않자 클린턴의 대변인 스테파노 폴로스는 『이는 딸의 장래를 생각한 부모로서의 결정일 뿐이며 공립교육에 대한 차기 대통령의 시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변했다. 일부에서는 『딸가진 부모가 빈민층 흑인아동이 우굴거리는 공립에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수긍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의 대세는 비판쪽에 서 있다. 대다수 미 국민들은 『차라리 클린턴이 공립교육의 옹호자처럼 행동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교육자들은 『자기 딸은 사립을 보내면서 공립교육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마치 부자가 가난뱅이를 동정하는 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의 많은 공립학교생들은 『혹시 대통령 딸이 우리 학교로 오지 않을까』라고 은근히 기대하다 첼시의 사립학교행 소식을 듣고 기운이 쑥 빠졌다고 한다. 아마 공립의 어린 학생들은 『연 1만7백달러(한화 8백여만원)의 사립학교 등록금만 있어더라면…』이라며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어느 나라에서건 『정치인의 말이란 그저 말일 뿐』으로 치부하고 말 것인가.

그렇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그가 비록 대통령당선자 일지라도 사정없는 비판의 채찍질을 가하는 사회분위기만은 역시 미국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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