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과 성장사이 방황말아야/“「고비용저수익」 기업체질부터 고치자”조순 한국은행 총재는 7일 『현재의 경제상황으로 봐서 총수요 확대를 통한 경기진작책이 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오히려 물가불안,부동산 가격상승,임금인상욕구,국제수지 악화 등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재는 이날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이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조찬모임에서 「오늘의 한국경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최근의 경제성장둔화는 통화증가에 의한 경기진작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경제팀 일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금리인하 등의 경기부양조치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 총재는 『정부가 다시는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방황하지 말고 확고한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일단 방향만 설정되면 우리 경제가 아직 젊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단시간내에 건전한 기반위에서 활성화의 길을 내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재는 아울러 『지금은 투자마인드 보다 「경영마인드」가 더 아쉬운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경제계 일각에서 경영혁신에 전력하기 보다 정부가 무엇인가를 해줘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업 스스로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60,70년대에 성장의 극대화를 위해 사용된 정부의 규제와 간여는 이제 기업의 창의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금융도 시장원리에 맡겨 민간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총재는 최근의 기업투자는 『우리 경제의 공급측면에 자리잡은 고비용저수익 체질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이러한 체질 치유없이 억지로 돈을 풀어 투자촉진책을 쓰면 쓸수록 현재의 왜곡된 금융관행에 비춰 자금은 효율성이 적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결과 취약한 고비용저수익 공급체계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짙다』고 말했다.
조 총재는 『엄청난 돈을 들여 중복투자를 하면 설비투자는 늘테지만 국민경제에 많은 해를 입힐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 경제에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의 양보다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의 질 향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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