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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적 사고」가 났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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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적 사고」가 났다(사설)

입력
199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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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로 수많은 인명이 또다시 희생됐다. 극히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무시된 결과여서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사망자가 30명에 육박하고 중경상자도 50명에 가까우며 매몰된 피해자가 아직도 더 있을지 모른다는 충북 청주시 우암 상가아파트의 참사는 평소 공동주택의 안전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사고발생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것이었고,사고발생이후에도 경미한 피해의 단순화재로 끝낼 수 있는 것을 미숙하고 부주의한 사고처리로 엄청난 피해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자정이 넘은 심야에 아파트 지하상가에서 화재가 발생,1시간만에 겨우 진화된 상태에서 각 점포에 연결된 LP가스가 갑자기 연쇄적으로 폭발했고,그 바람에 콘크리트 4층 건물이 폭삭 내려앉아 많은 주민이 압사당하고 부상했다는 것이 이번 참사의 내용이다. 이러한 사고내용은 우선 상식에 어긋나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화재사고 때에는 불길을 잡는 것 못지않게 불길이 번지기 쉬운 인화물질을 먼저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진화작업의 이같은 상식을 무시한채 인화성 높은 LP가스를 방치한 상태에서 불길만 잡다가 진화단계에서 연쇄 폭발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니,도무지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점포 또는 가정용 가스가 폭발한 사고로 인해서 4층 콘크리트 건물 전체가 일시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도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사고가 가능한 것인가.

그러나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사고가 빈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 참사는 가장 한국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한국적인 사고는 안전수칙 무시와 부실공사에서 빚어진다. 가스폭발로 폭삭 무너져내린 상가아파트 잔해에선 철근이 별로 보이지 않거나 규격미달의 잔재를 쓴 것이 드러났다고 한다. 10여년전 신축 당시에도 벽돌이 무너진 일이 있고 공사도중에 설계를 바꿔 한층을 더 지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더라도 평소에 건물의 안전관리에 손을 썼더라면 콘크리트 4층 건물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재의 진화단계에서 폭발사고를 일으킨 LP가스의 관리도 마찬가지다. LP가스는 연료중에서도 인화성이 가장 높고 다루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아 관리면에서 세심한 주의와 안전수칙의 철저한 준수가 요구되는 것인데도 상가와 집단주거가 혼합된 우암아파트의 경우 기초적인 안전수칙 조차도 지켰다는 흔적이 없다. 당국의 청정연료 장려시책에 따라 가스의 사용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스연료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의식수준은 「연탄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금은 가스공급자나 사용자들이 「안전」에 대해 모두 소홀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새롭게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당국은 건물시공이 당초부터 부실했는지,가스설비 및 안전관리상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철저히 가려내 이 참혹한 「한국형 사고」를 일으킨 책임을 반드시 묻도록 해야 한다. 똑같은 사고가 예비된 곳이 어디인가도 샅샅이 살펴야 한다. 엄동설한에 집과 재산과 가족을 잃었거나 부상한 피해주민들을 돕는데도 정성을 다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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