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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 미 시장점유율 “급락”(경제전쟁의 현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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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 미 시장점유율 “급락”(경제전쟁의 현장:4)

입력
199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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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중·멕시코 제품에 밀려/신발·의류이어 전자부문 “위협”【뉴욕=김수종특파원】 인구 1천5백여만명이 몰려있는 뉴욕시를 중심으로한 뉴저지 코네티컷 일대는 미국 최대의 소비시장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애프터 X­마스세일로 이 지역의 거대한 백화점과 쇼핑센터들은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이 붐볐다. 경기회복세가 비교적 두드러진 뉴욕지역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매출이 91년에 비해 7∼8% 늘어났다.

그런데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센터를 잠시 둘러보기만 해도 쉽게 감지되는 것은 의류 신발 완구 일용잡화 진열대가 중국과 대만제 상품으로 범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80년대에는 한국과 대만제품이 경쟁했는데 불과 4,5년만에 중국 상품이 한국제품을 급속히 대체해가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산 상품이 한국 수출품을 위협하는 현상은 뉴욕뿐 아니라 미국어디를 가도 마찬가지 이다.

80년대말 한국산 신발은 미국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수출이 절정을 이루던 90년 한국은 미국시장에 약 25억달러 어치의 신발을 수출,26%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한국신발의 시장 점유율은 91년 21%로 줄어들었고 92년(전반기)에는 16%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89년 미국에서 8.7%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91년에는 26%로 올라섰고 92(전반기)에는 31%로 껑충뛰었다. 한국이 잃은 시장을 중국이 고스란히 잠식하고 있음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신발가게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제품으로 꽉차있다.

이같은 시장 점유율 전도는 가격경쟁에서 한국이 중국을 당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소매점에서 70,80달러에 나가는 한국산 운동화와 비슷한 중국제가 40,50달러에 팔린다.

신발뿐 아니라 의류 완구류도 사정은 비슷하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의류와 신발은 미국시장에서의 경쟁에서 본질적인 한계점을 안고 있다.

컬러TV,VCR 및 전자레인지 등 가정용 전자제품은 미국시장의 잠재력이나 한국 전자산업의 기술수준에서 볼때 수출산업의 사활이 걸린 품목이라고 할수있다.

무역협회 뉴욕지부는 컬러TV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89년이후 9.5%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경기 회복에 힘입어 92년 판매가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VCR 시장 점유율도 89년이후 줄곧 19%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제품의 시장판도는 한국을 편안히 놔둘 전망이 아니다. 무역진흥공사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전자제품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상당이 줄어드는 반면 현지투자 공장이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제품이 급격히 늘고 있다. VCR의 경우 일본시장 점유율은 89년 71%에서 91년 57%로 줄어든 반면 아세안의 점유율은 4∼5%에서 무려 21%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세안의 컬러TV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에서 20%로 상승했다.

게다가 멕시코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괄목할만 한데,컬러TV의 경우 89년 36.6%에서 91년 47.6%로 크게 늘어났다. 한국의 중저가품 시장이 언제 아세안과 멕시코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반도체 등 하이테크 분야와 철강 등은 중국이나 아세안국가의 기술수준으로 볼때 아직 이들국가의 추격을 염려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유망품목은 바로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의 규제망에 걸려들어 고역을 치르기 십상이다. 최근 덤핑 예비판정을 받은 삼성 럭키금성 현대의 D램 메모리칩의 경우가 그것이다.

반도체 분야는 일본이나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하이테크 분야의 유망수출품으로 미국 컴퓨터 업계에서도 평가될 정도. 한국의 칩 생산량은 약 20억달러이며 세계 및 미국시장에서 한국 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은 약 25%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삼성이 개발한 D램은 미국시장만 확보되면 일본의 거대경쟁 기업을 누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칩메이커인 마이크론사가 덤핑제소를 냄으로써 상무부는 삼성에 대해 87.4%의 예비덤핑 판정을 내렸다. 내년 3월 최종판정이 나올 예정인데 10%이상의 관세만 추가되어도 한국의 반도체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품은 운동화에서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의류와 신발은 중국과 아세안국가에 시장을 뺏겨가고 있다. 유망품목으로 거론되던 컴퓨터는 대만에 손을 든 상태이다. 전자제품은 일본과 아세안­멕시코 사이에 끼여 현상유지도 불안한 상태다. 철강과 반도체는 미국기업의 덤핑제소에 걸려들고 있다.

전체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대미 수출량은 80년대에 34%까지 이르렀으나 지금은 25%밖에 안된다. 수출시장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으나 걱정이다.

대한무역 진흥공사의 김용집 뉴욕관장은 「미국은 단일 시장으로서 세계최대일뿐 아니라 자유무역 정신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전제,『이런 미국시장에서 우리상품이 경쟁력을 잃는다면 한국의 수출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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