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불황… 지불조건 나빠져/6개월 악성어음 보편화/일감·거래고려 거절못해중소기업 경영인들의 연쇄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새해들어서도 부도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납품대금을 제 때에 안주고 결제기간을 늘리는 등 지불조건을 악화시키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부도사태는 새해들어 오히려 더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6일 중소기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4∼5일 이틀동안 서울지역에서만 37개 업체가 부도를 내고 쓰러져 연초부터 부도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해 연초(4∼5일)에는 24개 업체가 부도를 냈었다. 최근들어서는 특히 중소하청업체들에 대한 대기업들의 지불조건이 크게 나빠져 건설자재,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는 지급기간이 1년이나 되는 초장기 악성어음까지 등장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더 극심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중소기업 상업어음에 대한 할인기간 연장 조치이후 오히려 지불조건이 악화돼 대부분의 업종에서 6개월 안팎의 장기어음이 보편화되고 있어 대기업들이 불황에 따른 자금난을 중소기업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판매부진에 자금난까지 겹쳐 생산설비나 기술개발 투자는 물론 정상조업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91년에 비해 2배 가까운 1만5백개 정도가 부도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올들어서도 이같은 「부도홍수」가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협 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조사대상업체의 약 16%가 판매부진과 자금난 등으로 조업단축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10월까지 폐업한 중소기업은 2백40개로 전년동기보다 2.4배 늘어났다. 판매대금의 결제방법에서도 어음결제비율이 약 67%로 91년에 비해 10% 이상 급증했으며 4개월 이상 어음의 비율도 약 3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래의 악성어음이라던 3∼4개월짜리 어음은 최근들어 6개월 만기어음이 양산되면서 오히려 양질어음으로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계부품업체인 H사의 이모사장은 『만기 6개월의 1천만원짜리 어음을 받아 3푼7리에서 4푼 정도로 어음을 할인하는 바람에 2백만원 이상을 손해봤다』며 『그래도 일감이 없어 1년짜리라도 마다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행 하도급 거래공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거래한지 60일이내에 자금을 결제하도록 하고 어음을 발행할 경우 지급기일까지의 이자를 계산해주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고려,법적대응조치나 이의제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기업 발행어음의 연장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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