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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과제와 선택/도널드 자고리아(해외석학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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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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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북한 개방유도 협력을”/「고립화」 탈피 세계경제권에 편입시켜야한미 양국의 현 대북한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현 전략은 거의 전적으로 북한이 핵사찰을 수락하느냐에 구속을 받고 있다. 한국은 핵문제 해결없이는 남북한 관계진전이 있을 수 없다고 북한에 말해왔으며,미국도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개선은 남북한 상호 핵사찰 진전에 달려있음을 북한측에 주지시켜왔다.

그러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도 최근 말했듯이,완전히 만족할만한 핵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 이라크에서의 경험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이 핵사찰 대상국이 자의적으로 선정하는 시설에 한정됨으로써 충분히 회피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설사 남북한 상호사찰이 이루어지더라도 북한이 교묘하게 회피하고자 하는 핵물질과 시설을 한국이 사찰할 방도는 없다.

○핵 완전해결은 난망

이런 이유로 한반도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특정한 핵사찰 방식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비록 이러한 방식이 심리적 이유에선 중요할지라도­무역,투자,문화교류,군축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북한의 태평양지역기구 및 경제권으로의 편입 등에 기초한 진정한 남북한 평화공존체제를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90년대 한미 양국이 직면한 주요도전은 북한의 경제개혁을 고무하고 북한을 바깥세계로 개방케하는 공동전략 개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과 미국의 북한의 고립화쪽에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과 매우 제한적인 외교접촉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경제엠바고(재제)를 계속해오고 있다.

○북한 고립화는 무익

미국의 북한 고립화전략은 미국이나 한국 어느쪽에도 이익이 안된다. 이제 워싱턴과 서울이 평양에 대한 기존정책을 새롭게 검토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북한의 경제위기를 이용해 평양정권을 개방으로 이끌어내는 공동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의 목표는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이 추진중인 것과 유사한 경제개혁 정책을 채택토록 하고 한국 및 여타 아태국가들과의 교역,투자를 위한 개방을 촉구하고 ▲핵무기개발 포기선언을 하도록 유도하고 ▲남북한 신뢰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다 진전된 핵사찰 방안을 수락토록하며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고 ▲양국 병력의 실질적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유럽형 군축협정,기습공격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DMZ 부근에 전진배치된 북한군의 재배치 및 상호 신뢰구축조치 마련 등을 수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북한을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려면 미국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후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북 대화 격상해야

첫째,뉴욕에서 국무부차관보급 수준으로 북한과의 외교접촉을 정기화하고 양국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며 선택적으로 북한에 대한 무역제재를 풀도록 한다. 둘째,북한의 관리,학자 등이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나 세미나,스터디투어 등에 참여하고 경협확대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도록 지원한다. 셋째,남북한이 준수할 수 있는 IAEA 핵사찰 방안마련을 위해 노력하며 넷째,외국기업들의 북한 투자증대의 첫 단계 조치인 채권국과의 외채상환 협상을 돕는 것을 비롯해 북한이 세계경제권으로 통합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을 태평양경제권으로 편입시키는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일·중·러시아 등 태평양 정립세력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옐친이 제안한 남북한과 미·일·중·러 등 4대 강국,그리고 어쩌면 캐나다와 몽골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안보포럼」 창설제안도 신중히 고려돼야만 한다. 북한을 보다 광범위한 지역안보 협상에 끌어들이는 것이 미국과 한국의 이익에 합치된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보다 광의의 전략적 접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략적 협력의 필요성과 그에 따르는 이점을 서로가 이해해야만 한다. 부시 행정부하에서 미국은 협의의 무역 및 핵문제를 제외한 한국문제를 사실상 도외시해왔다. 그것이 미국이 한국에서 가지는 특별한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지극히 근시안적인 사고인 것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미­북한간 접촉확대가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간 이간질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의 접촉확대를 반대해왔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기존정책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문제에 더 큰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유럽에서 바르샤바 조약기구 해제로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가 되고 있다.

○한국도 미·북 접촉 협조를

한국정부의 대북정책도 똑같이 단견이며 역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의 어느 정권도 북한이 한미간 이간질 책동하도록 용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이익은 미국이 이러한 사태를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크다. 미국은 북한 개방에 있어 대부분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관심을 증대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된다.

한미 양국의 새 대통령들에게 첫째로 요구되는 사항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더 큰 우선권을 두고 북한에 대한 공동전략­북한을 세계경제권으로 편입시키도록 고무하는 전략­을 개발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한후 양국의 외교·경제·안보분야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않아 적절한 세부사항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미국이 중동에서만큼 한반도문제 해결에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한국이 북한에 대해 극도로 일방적이었던 접근방식을 거두어야 할 시기이다. 함께 노력함으로써 한미 양국은 「당근」과 「채찍」을 포함해 북한의 대외개방을 고무하기 위한 하나의 일관성있는 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미 컬럼비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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