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주의자” 집권… 자율성 제고/행정부 견제·정책대결 “활성화”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요구되고 또한 기대되는 곳은 역시 국회라할 수 있다.
문민시대에 걸맞게 과거의 모든 「기형」들이 제자리를 찾아감에 따라 그동안 외형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국회위상은 우선 대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과거 행정부의 들러리 또는 정권과 야권의 대리전 장소쯤으로 치부되던 국회의 기능과 모습이 교과서적인 「원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같은 전망과 기대는 우선 새 정부의 성격과 출범배경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32년만의 문민정부라는 점외에도 김영삼 차기 대통령 자신이 「의회주의자」로서 국회의 중요성을 어느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 정부의 확고한 정통성은 국회에 더이상 정권의 안전판 역할을 강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야권의 변화도 국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데 한몫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정권교체 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과 야권의 지주였던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의 정계은퇴 등은 여권의 변화 만큼이나 국회의 장래 모습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국회의 위상제고와 관련해 가장 주요한 변수로 지목되는 부분은 역시 집권 민자당 총재인 김 차기 대통령의 대국회관. 김 차기 대통령은 평소 『나는 영원한 의회주의자』라고 말해왔을 정도로 국회의 기능과 위상을 중요하게 평가해왔다.
김 차기 대통령은 30여년간에 걸친 의정활동 경험을 토대로 국회가 통치자의 장식물이었던 잘못된 관행을 시정,국회에 행정부 견제라는 본래의 모습을 돌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차기 대통령의 이같은 개인적 의지는 과거 우리 헌정사서 국정의 최고책임자들이 국회에 미쳤던 영향을 감안하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배경 아래서 문민시대의 의회가 지향하게 될 모습은 무엇보다 「강력하면서도 생산적인 국회상」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여당의 일사불란한 밀어붙이기식 국회운영과 이에 대응한 야당의 필사적 저지행태는 국회를 파행과 몸싸움의 악순환에 몰아넣어 왔었다. 그리고 이는 국회의 기능위축과 위상저하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다가올 문민시대에서 여당이 「수의 논리」에 집착하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운영을 끌어가려할 경우 일단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쟁보다는 여론수렴과 민의의 충실한 국정반영이라는 「생산적」 국회의 모습이 자연스롭게 모색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셈이다.
이러한 여당의 자세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자당의 확고한 자율성 확보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와관련,민자당 관계자들은 『김 차기 대통령은 국회기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민자당에 상당한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당이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자당은 따라서 행정부에 대해 과거보다 더욱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민자당과 정부는 김 차기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 힘입어 보다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당정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게 민자당측의 설명이다.
민주당도 여당의 국회운영방식이 변화할 경우 이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특히 김 전 민주당 대표의 은퇴로 소장파,즉 원칙론적인 의정활동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야당의 대국회관도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또 국회가 계속해 정쟁의 장소로만 사용될 경우 정치불신이 심화될 것이고 이는 향후 정권교체 가능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생산적」 국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이와함께 대선과정에서도 확인됐듯이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민생·경제문제라는 사실에도 유의하고 있다.
이밖에 민주당은 문민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점과 야권 정비작업이 숙제로 남아있는 현실 등을 감안,새 정부 초기에는 가급적 정치공세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창당 당시부터 정책정당임을 표방해온 만큼 국회에서 철저하게 정책중심의 의정활동을 펴나간다는 입장이다.
국민당은 사안에 따라서는 민주당은 물론 민자당과도 국회운영에 협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몸싸움 등 파행국회의 모습은 지양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문민시대,특히 93년도의 국회모습은 과거 어느 때보다 조용하면서도 내부적으로 논의가 무성한 생산적인 국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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