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등의 기미가 없다. 위기감마저 느껴진다. 고임금,고금리,저기술,저생산성,저마케팅 등등 요인들은 복합적이고 다원적이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에도 문제가 있다.특히 가치관의 붕괴는 엄청나게 위협적인 문제다. 한국경제의 경제력 저하는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문제다. 따라서 범국가적이고 범국민적인 총체적 개혁과 변혁이 없이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겠다.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자기개혁은 정부,기업,가계(소비자) 등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부여된 역사적인 책무다. 우선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크다. 마침 올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정부로서는 국가기강과 국민의식에 전기를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은 「안정속의 개혁」을 내걸고 새 기풍을 일으켜보려는 의욕에 차 있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한 열쇠를 잡고 있는 것은 기업,특히 재벌기업들이다. 우리 경제의 사활은 바로 이들 재벌그룹들에 달려있다. 한국재계를 대표하는 쌍벽의 두정상 삼성과 현대그룹은 각각 올해의 총매출액 목표를 50조로 잡고 있다. 정부의 올해 일반회계 예산 38조5천억원의 약 1.3배나 되는 규모다. 추정목표치이기는 하나 국민경제에서 재벌그룹들이 차지하는 막중한 비중을 말해주는 것이다. 재벌그룹들이 시체말로 큰 것이다. 공룡화한 것이다. 그 잠재적 가공성은 지난 12·18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났다.
불행한 것은 재벌그룹들의 초대형화에 대해,규모와 비례해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몸집은 거인이 됐으나 의식은 왜소한채 성장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그룹은 어느 나라이건 상대적으로 이기적이지만 한국의 경우는 유난히 이기적인 것 같다. 그룹 자체나 그룹의 대주주 개인으로나 부에 대한 공개념이 극히 결핍돼있다. 그룹 구성원 사이에는 그룹이나 그룹 총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법과 질서의 위반을 서슴지 않는 풍조까지 팽배해 있다.
우리 재벌그룹들은 정부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문어발식 기업확장의 지양(경제력 집중완화)에 계속 강력히 반대해오고 있다. 유창순 전경련 회장은 지난 5일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그룹의 해체나 소유집중 완화는 세재개편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력 집중완화는 문어발식 기업확대를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형태로 추진돼야 하고 이것도 상속세,증여세 등 관련 세제의 개편을 통해 단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또한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내리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의 회장으로서 유 회장의 입장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재계도 대아의 차원에서 스스로 자기 개혁을 하지 않는한 그들의 목소리는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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