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차기 정부 모두 “신중한 입장”/「새 정부 부담덜기」로 절충 공산김영삼 차기 대통령의 정권인수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부고속철도 차종선정 등 6공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국책사업중 참여업체 미결정 등의 이유로 사업시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LNG 수송선 5,6호선 수주 ▲경부고속철도 차종 선정 등이다. 이 가운데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문제는 지난해 당정간 논란끝에 새 정부로 이월됐으나 그 밖의 사업들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
특히 이들 사업중 경부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지난 5일 새 정부 출범전 고속철도 차종을 확정짓겠다는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6공 주요 국책사업중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정부는 차종선정을 6공 정부 임기말까지 매듭짓는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중 프랑스·독일·일본 등 3개국중 우선 순위국이 결정되는대로 본 협상에 착수해 2월25일전에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속철도 차량선정을 놓고 프랑스의 TGV,독일의 ICE,일본의 신간선 등 3개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여오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정부는 오는 11일까지 이들 회사들로부터 가격조건 등에 관한 최종 제의서를 접수해 이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회사와 가격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순위국과의 협상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2순위·3순위국과의 협상을 차례로 추진하겠다는 것.
이 때문에 1순위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경우 6공 임기내에 차량선정이 매듭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차량선정의 최종 확정은 자연히 다음 정부로 이월되리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이같이 고속철도 차량선정을 조기 매듭짓겠다고 하는 것은 사업추진 일정상 불가피한 문제가 있고 특히 새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사업추진계획에 따라 지난 91년 8월 입찰제의 요청서를 해당 3국에 발송했고 지난해 1차 평가작업을 마친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까지 두차례 입찰제의 요청서를 보내 검토작업을 한 결과 가격면에선 일본이 가장 유리한 반면 기술면에서는 TGV와 ICE가 우월한 것으로 분석해 놓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LNG 수송선 5,6호선 수주의 경우 내부검토를 하고 있으나 2천억원의 발주액 규모인 4호선은 늦어도 3월까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자당과 대통령직 인수위는 고속철도 차종 선정문제에 관해 현재 아무런 공식 입장표명없이 『인수위를 통해 정부측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의 교통정책을 맡고 있는 백남치 정조실장은 이와관련,『아직 정부측으로부터 공식 보고나 협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차종 선정시기와 주체를 못박아 말할 수 없다』며 『이는 앞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측의 이같은 유보적 태도는 「정부가 김 차기 대통령의 양해 아래 현 정부의 임기내에 차종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을 완곡하게나마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더불어 김 차기 대통령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불과 얼마전 고속철도 노선의 지방공사에 착수했는데 차종 선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 『그동안 정부가 독일·프랑스·일본제 등 세가지 차종을 놓고 심사해온 과정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도 『연속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현 정부에서 추진해야겠지만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의 범주에 드는 것은 인수위에서 주도권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며 『고속철도의 차종선정은 새로운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 차기 대통령에게 「짐」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만큼 현 정부의 차종선정을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차종 심사과정에서 야당측이 「의혹의 시선」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해왔기 때문에 현 정부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버려두면 새 정부로서는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계산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박재윤 경제특보는 『경부고속철도 등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현 정부가 이미 수립한 세부 추진일정을 무리하게 재조정할 경우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뒤 『김 차기 대통령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현 정부의 의견을 가능한한 존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도 차종선정 문제는 인수위내 경제2분과위 소관으로 다음주중 본격적으로 있을 교통부 업무보고 및 협의를 통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1월이후 2개국 주간 회사로부터 2차례에 걸쳐 받은 입찰제의서 등을 토대로 한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의 심사과정에 대해 기술적 재평가 작업이 있을 예정이다.
때문에 차종선정 문제는 이같은 재평가 작업을 바탕으로 결론이 내려지겠지만 이 문제가 안고 있는 「정치적 비중」을 고려할 때 실무차원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자칫하면 지난해의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파동때와 같이 현 정부의 「위신」이 걸린 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있어 김 차기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요체가 되고 있다.
김 차기 대통령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부담을 적게하는 방향을 택할 것이 분명하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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