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력 회복에 최대 역점”/지자제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 실시/연배제 과감한 인사·지역갈등 해소/세제 전면개혁… 분배형평 경제정의 실현김영삼 대통령당선자는 한국일보 박병윤 편집국장과 계유 신년 특별회견을 갖고 「신한국건설」 구상 및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 등을 밝혔다.
김 당선자는 이 회견에서 새 정부는 6공 정부와 전혀 다른 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훗날 「정직한 대통령」 「신뢰받는 대통령」 「신한국을 창조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93년 새해를 맞는 감회가 남다를텐데 소감을 밝혀주시지요.
『한마디로 국민과 역사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제 93년 한해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나 선진경제로의 진입을 위해서나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문민정부가 들어서게 돼 정부의 정통성이 확보됨으로써 역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이제부터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뜀으로써 잘사는 신한국을 건설해 나가게 되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주역으로 등장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일은 무엇입니까.
『선거로 인해 흐트러진 민심을 바로 잡고 국민 대화합을 이루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활력을 회복하고 선진경제를 실현하는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이와함께 국민의 뜻을 존경하는 가운데 낡은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신한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이며 이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국민 모두가 신바람이 나서 일하는 사회,쾌적하고 품위있는 삶이 보장되는 사회입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만 「땀흘린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씨뿌린 사람이 거두는 사회」가 바로 신한국의 모습이겠지요』
선거과정에서 지역감정을 한국병의 하나로 진단했는데 치유방안은 있습니까.
『이번 선거에서 지역감정이 선거쟁점으로 등장하지 않은 점에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거결과에서 보면 후보자별로 지역적인 지지도가 상당한 격차를 나타낸 것도 사실입니다.
지역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요체는 인사정책과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5년후에는 지역감정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배려를 해나갈 것입니다』
새 정부의 인재기용 원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정치의 기본은 인사이고 「인사는 만사」입니다. 저는 지연 학연 혈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사라면 과감하게 기용해 나갈 것입니다. 각 분야에서의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등용함으로써 인사정책의 혁신을 기하겠습니다. 이러한 인사정책은 지역간의 깊은 골을 메우는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차기 대통령으로서 여야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어떻게 정립할 것입니까.
『여야관계의 상호보완적인 틀속에서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비판과 경제의 기능을 해야 합니다.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건전한 여당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새 정부는 야당의 냉철한 비판을 수용하여 정책에 최대한 반영토록 할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내각제가 공론화될 경우 개헌을 검토할 생각이 있는지요.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은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개헌 운운하는 것은 사회혼란만을 야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집착한 나머지 편의에 따라 권력구조를 바꾸려해선 안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헌정사에 정치파동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96년 6월 이전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습니까.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성숙된 시민사회를 이룩하는데 없어서 안될 중요한 제도입니다. 때문에 지방자치제는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실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우리의 어려운 경제적 여건을 감안해 연기된 것입니다. 실시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실시할 방침입니다』
당내 민주화를 위한 방안이 있으면 밝혀주시지요.
『당내 민주화는 정당정치를 활성화시키고 사회 각 부문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으로 당내 민주화를 위한 제반조치를 취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저는 당내의 자유경선에 의해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사람입니다. 이러한 자유경선의 관행은 앞으로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청와대 위상 및 기능에 관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청와대는 더이상 「권부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국민의 아픈 곳·불편한 곳을 개선해주는 생활정치·서민정치를 펴나갈 것입니다. 따라서 청와대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국무총리로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소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국무총리는 모든 국민의 존경을 받는 깨끗한 분으로 개혁의지를 가진 분이어야 합니다. 훌륭한 분이 있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실 생각입니다. 새 정부의 성격과 임무에 적합한 인사를 물색중입니다』
이번 선거로 양김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양김시대의 한사람으로 어떤 감회를 가지고 있습니까.
『양김시대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뒷받침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크게 기여한 분입니다. 또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지도자로서 그분의 능력과 경륜이 국정을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6공화국의 공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갖고 있습니까.
『6공화국은 민주화의 과도기를 헤쳐나가면서 북방정책과 남북관계 개선 등 많은 일을 했고 제도적으로 많은 민주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과정에서 권위의 상실,무질서,기강해이가 빚어졌고 그 결과로 사회경제적인 활력을 상실했습니다. 이것이 현재 국민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불만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통일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설정할 생각입니까.
『우리의 통일정책은 자주·평화·민주의 3대 원칙아래 남북이 공존 공영하면서 꾸준히 민족동질성 회복을 통해 한민족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이 우선 남북합의서를 실천에 옮겨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북한의 핵문제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합니다.
만일 김일성주석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개방화 흐름에 동참한다는 가시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자신이 서둘지는 않겠지만 재임중에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리라 보며 금세기내엔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차기 정부가 수행해야 할 외교정책의 기조와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새로운 국제정치 경제질서 흐름에 맞게 안보통일·민족자주 그리고 경제실리외교의 추진입니다. 이는 기존의 우방인 미·일 등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동반자인 러시아 및 중국 등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대 대통령이 친인척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은바 있습니다. 친인척 관리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대통령의 친인척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번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참으로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모든 가족들에게 앞으로 국민에게 누가 될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하게 강조했습니다』
김 당선자가 제시한 신경제론의 핵심내용과 실천방안을 밝혀주시지요.
『신경제는 모든 국민의 참여와 창의를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경제정의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재정,금융제도 등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자금부족이므로 신용보증기금의 규모를 최대한 확대하겠습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기금도 현재의 1조원에서 98년에는 2조원 이상이 되도록 매년 늘려 나가겠습니다.
또 중소기업이 시장·기술 등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를 대폭 없애겠습니다』
새제개혁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나라 세제제도는 징세기술이 발달하지 못했고 경제개발 목적 때문에 징세편의와 효율기능 위주로 짜여져 있습니다. 즉 징세가 용이한 대상에 대해서는 중과세하고 과거 경제개발을 위해 투자를 장려했던 분야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줘 경제정의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징세를 통해 소득분배의 형평을 증진시키는 기능이 강화되고 조세감면도 산업구조의 첨단화에 부합되도록 축소·조정되는 방향으로 전면 개혁할 생각입니다』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금융실명제는 언제 실시할 생각입니까.
『금융실명제가 실시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가능한한 조기에 실시하겠습니다』
쌀시장 개방을 대통령직을 걸고 막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쌀문제는 경제논리만 가지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쌀을 수입에 모두 의존하게 되면 비상시에 주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6백만 농민이 쉽게 전업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해 농어촌구조 개선사업을 벌일 것입니다. 이 사업이 상당한 효과를 거둘 때까지 개방을 늦출 것입니다』
대통령 부인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또 대통령당선자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새해 소망이 있다면 이 기회에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 집안이 지금까지 화목할 수 있었고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집사람의 역할이 컸던 만큼 지금과 마찬가지로 가정의 화목을 위해 애쓸 것이고 성실한 내조를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집사람의 사회활동은 대통령이 미처 돌보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피는데 주력해야 하겠지요.
새해 소망으로는 무엇보다 연로하신 아버님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가족 모두가 화목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정리=신재민·정진석기자>정리=신재민·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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