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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치시대/21세기를 향해 뛰자(한국일보 신년특집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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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치시대/21세기를 향해 뛰자(한국일보 신년특집Ⅰ)

입력
199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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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과제/「한국병」 치유에 개혁 성패달려/영호남골·인사편중·정경유착 중증/부패고리 단절·관치경제 타파 큰짐/법적용 엄격 정의 통하는 사회로/통일대비 동질성 회복에 힘써야문민시대는 시민문화 창출로 이어져 사회의 전반적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민문화는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극복·시정해야할 과제는 너무나 많다.

김영삼당선자는 32년에 걸친 군사문화의 퇴적물이 만든 사회병리현상을 「한국병」이라고 통칭하고 문민시대가 창조해나갈 새 사회를 「신한국」이라고 정의했다.

계유년 문민시대 원년을 맞아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 10개를 선정,문제점과 치유방안을 정리해본다. 이들 10개의 우선과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농축하고 있어 해결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들이다.

▷국민화합◁

군사통치는 생리상 분할지배를 수단으로 한다. 지역과 지역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계층갈등을 호도하면서 기득권층과의 제휴를 통해 통치기반을 조성한다.

문민시대는 이같은 악습을 척결하고 국민화합을 통해 고른 권리향유를 보장할 당연한 책무를 지닌다.

군사문화시대가 권력상층부와 소수 기득세력간의 연합에 의해 지배체제를 구축했다면 문민시대는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공생의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득권을 향유한 계층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 분열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작은 보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당선자는 우선 지역갈등과 계층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이고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노력은 민간부문에서 기득권층의 일정한 양보를 우선 촉진해야 한다.

특히 원인이야 어쨌건 결과적으로 가장 큰 사회적,심리적 희생을 강요받았던 호남지역에 대한 개발과 인사부문에서의 균형있는 조치도 권장될만하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사회저층이 감내해야만 했던 상대적 박탈감을 더이상 심화해서는 안된다. 근로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생활급보전책,사회복지제도의 확충 등이 계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은 문민시대의 당연한 요구이다.

▷경제자율성 제고◁

문민시대를 이루는 양기둥은 정치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의 개화,경제적으로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성공여부가 억압구도의 타파에 달려있다면 경제 자율성의 제고는 전통적인 관주도 경제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양적 팽창을 바탕으로 관에 대한 민간부문의 상대적 역할증대를 가져왔으나 아직까지도 민간자율성은 상당부분 제약돼 있다.

새 정부는 국가산업발전에 대한 기본전략 제시,과당경쟁 방지,재벌 등에 대한 특혜폐지,공공부문 지출축소,과감한 민영화 등 「효율적이고도 작은 정부」의 상을 정립해야 한다.

특히 과거의 관치경제의 핵심이 금융과 기업통폐합 등에 있어서의 특혜였다는 점에서 이의 시정이 시급히 요청된다.

금융자율화의 최대 관건은 중앙은행의 독립 또는 자율성의 제고와 시중은행에 대한 정책금융의 족쇄를 푸는 것이 될 수 있다. 돈흐름을 자율화하는 것은 전체경제의 왜곡상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벌의 금융산업 진출을 억제하고 상호출자 및 지급보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새 정부의 최소한 임무가 될 것이다.

부실기업을 과감히 부도처리하되 국민경제적 비중이 큰 경우 공기업화를 통해 충격을 흡수하는 것도 권장할만하다.

▷부패구조의 척결◁

김 당선자는 「깨끗한 대통령」을 수차례 약속했으며 퇴임후 상도동 자택으로 빈손으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지가 관철된다면 우리 사회의 부패가 아무리 만연했다해도 정화의 실마리는 충분히 찾아질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한국사회 부패의 뿌리를 사회 지도층의 부패에서 찾는데 큰 이견이 없다.

위로부터의 부패가 사회전반에 파급돼 말단 공직자와 일반시민의 부패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위로 치올라가는 악순환의 해소는 결국 국정 최고책임자의 결연한 의지와 실천에서 실마리가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 친인척과 측근 등 주변을 정화하는 솔선수범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은 제2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정치자금을 공개화하고 선거공영제의 철저화로 우선 정치권의 부패수요를 끊고 정부 발주사업의 공개입찰 정착과 특혜방지로 기업의 「공급」을 동시에 끊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고위공무원에 대한 비경제적 예우의 강화로 공직사회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한편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통해 유혹을 막아야 한다.

결국 이같이 상식적인 조치들이 이행될 때 사회 자정능력은 현격히 제고될 수 있다.

▷지역감정 해소◁

문민정부는 동서로 나뉘어져 있는 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영·호남으로 갈라진 지역감정의 골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 대통령당선자는 스스로 밝혔듯이 첨예하게 대립된 지역간의 갈등이 한국병중 가장 큰 병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선거결과로 호남인들은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에 빠져있다.

따라서 문민정부는 이러한 지역감정의 골을 좁히기 위해서는 대탕평책을 펴야 한다. 특히 과감한 인사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특정지역 인사를 편중등용하는 것을 시정해 능력에 따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원칙마련이 시급한 과제이다.

이와함께 문민정부는 편중발전된 지역경제를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문민정부는 선거때 공약한바대로 「지역균형개발법」 등을 제정,지역균형개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제를 조속히 실시해 지역주민들 스스로 「자치」의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풀어주는 것도 지역감정 해소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계층갈등 해소◁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부익부 빈익빈의 계층문제가 대두돼 심각한 갈등을 빚어왔다.

문민정부는 계층간에 내재돼있는 심각한 갈등을 풀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 계층갈등 문제는 빈부격차에서 주로 야기되지만 계층 소득의 정당성을 마련해주지 못한데서 오는 등 여러 측면이 있다.

새 정부는 계층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극빈층에 대해 최저 생계비를 확대지원하는 등 직접 지출을 늘려나가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서비스를 늘려 저소득층으로 하여금 실질소득 증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정책개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탁아소·노인정 등을 「상품」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법률규제가 각 계층이 동의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소득의 정당성을 확보해주어 계층간의 갈등소지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조속히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지하경제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함께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부동산투기를 근절시킴으로써 불로소득자를 없애 소득격차에 대한 불만감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군위상 재확립◁

문민정부는 지난 61년이후 계속됐던 「군인」에 의한 정치를 종식시킬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다. 지난번 대선에서 군인출신이 아닌 순수 민간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만으로도 새 정부는 군과 관련해 각별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순수 민간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자체만으로 문민시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민정부는 문자 그대로 민간인이 군인의 우위에 서는 정부이다.

이를 위해서 문민정부는 상대적으로 올라가 있는 군의 위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민정부는 우선 이를 가시화하기 위해서 그동안 관례시돼온 군출신 인사의 우대관행을 시정해야 한다. 이전의 정부에서는 군장성 출신에게 대사 등 공직,국영기업체와 관련 산하단체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전국구의원 등이 군출신 인사를 소화하는 자리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군내부적으로 방대한 군의 기구와 조직을 과감히 재정비해 효율적으로 재편시켜야 한다. 여러갈래인 정보·보안기능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유명무실한 기구들을 축소하거나 해체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성역화돼온 국방예산의 공개와 철저한 감사활동을 펴야 한다.

그리고 문민정부는 금세기내 통일이라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 적정수준의 군비통제와 장비 현대화를 함으로써 전력증강사업도 병행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안기관의 위상◁

대선과정과 선거이후의 후유증을 통해 가장 선명하게 부각된 새 정부의 과제는 중립내각의 출범이후에도 정착되지 못한 공안기관들의 새로운 자리매김 문제이다.

안기부·기무사 등 「기관」들은 중립내각 출범과 함께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겠다는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실천여부를 의심받으면서 뿌리깊은 과거의 인식을 뛰어넘지 못했다.

부산 기관장모임 등 각종 선거법 위반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검찰 역시 야권의 철저한 불신속에 편파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과거 공안정국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공안사건 수사에서는 철저했던 검찰의 경우 선거사건 수사와 부산사건 수사과정에서 형평성 시비에 휘말려 정계의 풍향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기관」의 제모습 찾기는 우선 김 당선자의 결연한 의지와 각오에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지난 30여년동안 본인 스스로 기관활동의 피해 당사자였던 김 당선자는 어느 누구보다도 홀가분한 입장에서 기관을 정권수호에 활용하는 잘못된 관행을 단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안기부법 개정 등 제도적 보완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업무한계의 울타리가 새롭게 설정되어야 하며 조직내부의 자성과 개선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기강 확립◁

김 당선자 자신이 「한국병」이라고 명명했던 부정부패 한탕주의 등이 만연한 사회분위기의 쇄신과 이를 위한 사회기강의 확립도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이다.

김 당선자는 이미 선거기간중 재산공개를 통해 윗물맑기운동을 제창했으며 수시로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스스로 『분위기 일신의 모범이 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우리 딸들이 마음놓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게 하겠다』며 민생치안의 강력추진을 역설했다.

그러나 정권교체 때마다 부정부패의 척결은 단골메뉴였으나 한번도 제대로 실천된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강조돼온 민생치안 약속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치안의 수준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기강의 회복이 간단치 않은 문제점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새 정부는 도덕성 회복을 통한 사회기강 재건운동에 나서야 한다.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서는 정치적 외풍에 좌우되지 않도록 경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력의 전문화와 장비 현대화를 병행하는 등 제도적 여건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함께 새 정부는 부단한 자정노력으로 「한국병」 치유에 솔선수범을 보이면서 구체적 방안들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도출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 재건◁

역대 정권들은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법적용의 자의성을 물리적 강제력과 함께 정권유지에 활용해왔다.

새 정부는 문민정권의 출범으로 정통성 시비가 없어짐에 따라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흔들리는 법치주의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셈이다.

새 정부가 화해차원에서 선거관련 고발을 취하하면서도 법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형사사건은 끝까지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같은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부산 기관장 모임사건에 대한 법적용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듯이 국민의 공감을 전제로한 공정함과 형평의 유지가 우선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선거사범의 처리 등 선거후유증이 치유과정에서 신 정부의 법치주의 실현노력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자신의 측근이나 민자당 진영에 대한 사적인 소의를 떨치는 의연함에서 공정하고 추상같은 정권의 권위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집권후의 각종 통치행위와 행동반경을 법의 테두리안에 두는 겸허한 자세에서 「법정의」가 통하는 진정한 문민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통일기반 조성◁

문민정부는 이전의 정권보다는 한층 개방되고 유연한 통일정책을 요구받고 있다.

정통성이 약했던 지금까지의 정부에서는 통일문제가 밀실에서,국민적인 합의에 근거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또 취약한 권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카드를 이용한 흔적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문민시대가 개막됨으로써 새 정부는 정치색이 배제된 순수한 민족차원의 대승적 통일정책을 구사할 의무를 지게 됐다. 또 북한 당국과의 대화에서는 보다 주도적이고 공개적인 행보를 보여줄 책임도 있다.

이와함께 언제 다가올지 모를 통일시대에 대비,충실한 준비태세를 갖춰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같은 통일기반 조성사업으로 먼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구도를 정착시켜 놓은 일을 제시할 수 있다. 남북대화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일,평화협정을 조기에 체결하는 일,군비축소와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는 일 등이 그 예이다.

다음으로,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남북간의 교류협력시대를 조속히 열어 각종 인적,물적 왕래를 통해 진정한 「하나됨」을 이룩해야 한다. 이밖에 통일비용을 생각해 우리 내부의 경제력 증강에 힘써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국민적 합의에 의한 통일정책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황영식·이재열·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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