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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치시대/21세기를 향해 뛰자(한국일보 신년특집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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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치시대/21세기를 향해 뛰자(한국일보 신년특집Ⅰ)

입력
1993.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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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적 의미/파행·굴절의 군사유산 벗어나/권력분립·시민문화 성숙 예고김영삼정부의 출범은 32년만의 문민정치시대 개막이라는 정치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김영삼 대통령당선자는 정권주체의 교체라는 단순한 차원을 뛰어넘어 해방후 한시대를 전횡했던 지배층의 질적 변화를 주도하는 정치사적 주인공이 된 셈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정권의 정통성 시비속에서 파행과 굴절의 왜곡된 정치상황을 확대 재생산해야만 했던 군사문화시대는 어찌되었든 그 막을 내린 것이다.

새로 들어설 김 당선자의 문민시대는 우선 군사문화와의 대칭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획일과 강요,목적과 수단의 가치전도 등으로 요약되는 군사문화시대는 다양성과 자율,수단의 합목적성 등이 중시되는 문민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문민시대의 개막을 주도할 분야는 사회의 상부구조가 될 수 밖에 없는 정치쪽이다. 특히 정치분야가 군사문화시대에 상대적 낙후를 감내하며 사회발전의 저해요인으로까지 지목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더 그러하다.

문민시대를 맞아 정치가 사회모순의 구조적 개혁을 하는데 선도적 역할까지는 하지 않아도 순기능만을 제대로 할 경우 그동안 잘못 설명된 사회 각 분야의 퇴행적 증상은 상당부분 치유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김 당선자가 주역이 되는 문민시대는 상대적인 면과 절대적인 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당선자의 새 정부는 새정권 출범 자체만으로도 문민시대 출범이라는 상징성을 독점할 수 있다. 김 당선자는 그동안 문민시대의 개막이 있기까지 강요되어야 했던 수많은 희생과 고충에 대한 반대급부를 무리없이 접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처음 경험해보는 정권주체의 「진정한 변경」에서 파생되는 에너지를 잘 활용할 경우 상징성 독점이상의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당선자에게는 문민시대 개막에 따른 권리향유가 보장돼있는 반면에 보다 과감한 개혁을 주도해야 할 역사적 책무와 기회가 동시에 부과돼있는 셈이다.

김 당선자는 「역사는 반동은 있을지언정 후퇴하지 않는다」라는 인과율의 수혜자가 되는 한편으로 주어진 역사적 호기를 잘 살리지 못할 경우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당선자가 주역이 될 문민시대의 초점이 정치의 정상화에 모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된다. 군사문화는 통치의 능률성 제고와 사회의 동원성 증대라는 미명아래 상당한 기회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장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치가 형해화되거나 퇴영의 길을 걷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피해가 사회의 각 분야에 독버섯처럼 번진다는게 2차 세계대전후 한시대를 풍미했던 세계각국의 군사문화가 입증해주고 있다. 여기에다가 분단의 특수상황과 냉전논리에 편승한 집권층의 현상유지 논리는 군사문화가 상대적으로 지닐 수 밖에 없는 피해에 대한 가중치를 우리에게 강요했다.

문민시대에 이뤄질 정치의 정상화는 국가의 각 기관에 헌법상 부여된 권한을 되돌려 주면서 새국은 시민문화의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건국초 문민시대를 이상으로 설정했던 분위기를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권력분립의 요소가 매우 강하다. 또 대통령중심제이면서도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의 원리에 충실한 나머지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많이 가미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의 기초정신에 충실하기만 해도 국가권력의 공유화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행사를 국회와 사법부가 견제하고 날로 비대해져가는 행정만능주의에 대한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권력이 이를 용인하는 사회분위기의 조성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우선 시민문화의 성숙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아직 한번도 시민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왕조 봉건사회에서 식민시대로,식민시대에서 분단과 냉전시대로 이어져온게 우리 현대사의 골간이기 때문이다. 시민문화가 성숙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는 오히려 군사문화의 퇴적물이 두껍게 쌓여버렸다. 이는 아직도 역사의 진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문민시대는 정치발전 못지않게 사회수준의 전반적 향상이라는 또다른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내지 못할 경우 문민시대 개막의 주역을 또다른 역사의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93년부터 전개될 문민시대는 기회와 도전을 함께 맞고 있는 것이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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