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척결”… 개혁위해 불가피한 선택/대표적 공약사항… 대통령 의사에 달렸다”금융실명제는 새 대통령집권기간 내내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을 대표적인 경제공약이다. 실시하든 실시하지 않든 만찬가지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할 경우에는 개혁에 따르는 경제적 충격을 수습해야 하고 실시하지 않을 경우에도 개혁의지를 의심하는 여론을 무마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실무자로 5공과 6공 두번에 걸쳐 금융실명제 실시 준비작업을 한 바 있는 현직 고위 당국자는 『실명제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수반되는 개혁조치인 만큼 실시여부는 오로지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달려있다』며 『만약 실시하려 할 경우 극비리에 준비작업을 마쳐 어느날 갑자기 전격 시행해야 한다는게 두번의 실패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5공이나 6공 때처럼 금융실명제 시행시기를 장기간 예고해 둘 경우 그 사이에 자금의 해외도피나 실물투기 등이 벌어져 증시침체 자금시장 교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실명제의 실시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 적어도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금융자산의 실명거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여 지하경제를 발본색원하고 공평과세를 실현하자는 금융실명제는 이제 일반 국민들 사이에 경제개혁의 핵심사항이자 상징으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14대 대선에서도 입후보자 모두 금융실명제의 실시를 주요 경제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영삼 대통령당선자도 예외는 아니다. 김 당선자는 그의 신경제구상을 통해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금융실명제를 빠른 시일내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시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는 않았으나 조기 실시 방침을 굳힌 것만은 확실하다.
김광두교수(서강대)는 『정부당국은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를 내세워 금융실명제 실시를 유보해 놓고 있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개혁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실명제를 시행하면 일정기간 후 개혁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명제 실시 준비는 1년이면 족하다』며 『대통령이 실시할 의지만 있다면 오는 94년 1월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명제를 인위적으로 실시한 국가가 아직 없다는 사실에서 보듯 이는 좋든싫든 경제에 굉장한 충격을 가져다 줄 「대수술」이다. 따라서 경제상태가 아주 건전할 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상태가 나쁠 때 이같은 대수술을 하면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실명제실시의 일반적인 조건으로 ▲실물경제의 적정성장 ▲국제수지흑자 ▲물가안정 ▲부동산투기진정 ▲세수안정 등이 거론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사전 준비작업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재무부 당국자는 『실명제가 실시되면 금융제도와 세제가 여기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며 『시행 초기의 충격완화조치도 취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6공초 실명제를 준비하면서 10만원권의 지폐 발행을 적극 검토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당국자는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명제가 실시되면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초기의 충격완화를 위해 세율인하 등 각종 경과조치를 취할 경우 적정 세수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안정속의 개혁」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김영삼당선자가 경제혁명으로 불리는 실명제를 과연 실행할지 두고 볼 일이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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