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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92년 정치」… 주요 사건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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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92년 정치」… 주요 사건별 정리

입력
199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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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선거의 해」… 선진정치 기틀/유세등 진일보,지역감정 과제로/14대 대선/「정치정서」 지배한 20년 영욕 마감/양김 종언/거여 과반미달 충격/3·24 총선/“경제난” “법준수” 대립/지자제 공방두차례의 선거가 한해에 치러지는 등 격동을 거듭했던 92년 정국이 그 막을 내렸다. 문민시대의 주역을 뽑는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3·24 총선에서는 여소야대가 재현되었다.

정치권은 이 와중에서 우여곡절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한차원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92년 정국의 주요사건을 정리해 본다.

▷14대 대선◁

지난 18일 치러진 14대 대통령선거는 역사적 의미에서나 선거양상 측면에서 우리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다.

우선 이번 대선은 32년만에 문민대통령을 탄생시켰고 이에 따라 정권의 정통성 기반을 어느 때보다 확고히 다져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선거과정에서는 과거 「민주대 반민주」 「군정종식」 등 이분법적 구호에 따른 「편가르기」 행태나 대규모 유세를 통한 소모적인 세과시가 거의 사라졌다. 다만 극단적인 지역대결 양상이 선거과정에서는 자제되는듯 했으나 선거결과는 오히려 심화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해주었다.

또 선거전 중반 「금권선거」 「색깔론」을 둘러싼 민자·민주·국민당의 3각 공방은 구태의연한 비방·폭로전을 재현하면서 건전한 정책대결을 바라는 기대를 무산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비자금의 국민당 유입과 정부의 수사착수는 기업의 정치참여 문제와 관련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부산 기관장 모임」 사건은 내각의 중립성에 큰 상처를 입히면서 판세 반전의 변수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김영삼 민자당 후보는 당초 혼전지역으로 분류되던 수도권과 대구·경북에서 기선을 제압하며 1백90여만표차로 승리한 선거결과는 여전히 지역감정의 벽이 높다는 사실과 안정을 바라는 보수중산층이 우리 사회에 두껍게 형성돼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양김시대 종언◁

12·18 대선은 문민정부시대의 본격적 출범과 함께 양김시대의 종언이라는 명암이 엇갈리는 역사적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의 김대중 전 대표는 개표가 거의 매듭된 지난 19일 상오 기자회견을 통해 정계은퇴를 선언함으로써 40년간의 파란만장한 정치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 전 대표의 정계은퇴는 70년 신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래 20여년간 한국 국민의 정치의식을 지배해온 양김구도가 청산되고 새로운 정치구도의 태동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야권의 경우 지도력의 공백사태를 초래했다.

민주당은 심리적 충격과 더불어 구심점을 잃고 이기택대표가 이끄는 과도체제로 재기에 노력하고 있으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 3월의 전당대회 조차도 확고한 지도체제를 갖추는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결과가 어찌되든 양김중 한명의 은퇴는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막상 현실로 나타나자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3·24 총선◁

3월24일 실시된 제14대 총선에서는 거대 여당인 민자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야당,특히 신생 국민당이 예상외의 선전을 하는 등의 이변이 나타났다.

3당 합당 당시 2백13석에 달했던 민자당 의석은 3·24 총선에서 1백49석(지역구 1백16석 전국구 33석)으로 대폭 줄어 1석 차이로 과반수에 미달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전보다 20여석 늘어난 97석(지역구 75석 전국구 22석)을 얻었고 창당한지 두달도 채 안된 국민당은 31석(지역구 24석 전국구 7석)을 확보해 21석의 무소속,1석의 신정당과 함께 여소야대를 재현시켰다.

민자당의 경우 남재희 김중권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낙선했고 민주당의 경우엔 재야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같은 현상은 기성정치권,특히 물리적 방식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한 민자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과 참신한 인물에 향한 기대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평가됐다.

또한 국민당의 약진은 양김구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적지않음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3·24 총선에서도 부산과 광주·전남지방의 「싹쓸이」 당선이 재현돼 지역감정의 심각성이 다시한번 확인되기도 했다.

▷지자제 공방◁

3·24 총선이후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던 자치단체장 선거문제는 결국 해를 넘기는 미제사건이 됐다.

연초 노태우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장선거」 연기방침을 밝힌 이래 정부와 민자당은 경제난 등을 이유로 법정시한인 6월을 넘겨 95년에야 실시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대해 민주 국민당 등 야당은 법중수와 연말 대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예정대로 연내에 실시하자고 주장하면서 활발한 대여 공세를 계속했다. 야당은 이 문제를 고리로 개원국회를 사실상 공전시켰고 부단한 대국민 홍보전을 통해 여당과 정부를 공격했다.

특히 민주당은 대선을 의식,당력을 총집중해 공세를 펼쳤고 노태우대통령의 「위법상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여론을 비등시켰다. 더욱이 9월에 한준수씨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장선거」의 필요성을 부각하는데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중립선언으로 정국의 흐름이 바뀌자 야당은 「기초·광역단체장 선거중 하나의 연내 실시」로 입장을 후퇴했고 「장선거」 공방은 대선기류에 휩쓸려 슬그머니 실종돼 버렸다.

그러나 야당은 올해부터 지자제 실시를 다시 쟁점으로 삼을 예정이어서 제2라운드 공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 대통령 탈당◁

노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은 현직 대통령의 집권당 이탈이라는 정치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여권내부의 심상치않은 파워게임 양상이 숨어있다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여름 이동통신 문제에서 비롯된 노 대통령과 당시 김영삼대표간의 「불편한 관계」가 김 대표의 총리경질 시사발언으로 인해 증폭되면서 급기야 노 대통령의 「결단」을 촉발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또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노 대통령 탈당이후 박태준 최고위원 등 일부 민정계 중진의원들의 탈당 사태가 줄을 잇기도 했다.

반면 이런 충격속에서 출범한 현승종 중립내각은 선거기간중 중립성 공방의 표적이 되는 등 다소의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미증유의 「정치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명실상부한 공명선거를 실현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의 절대적 뒷받침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민주·국민당 등 야당은 선거결과에 대한 즉각 수용의사를 밝힘으로써 결과적으로 중립내각의 「공명성」을 인정했다. 고질적인 부정선거시비 등 선거후유증이 처음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다만 선거막판 돌출한 「부산 기관장 모임」 사건은 내각의 중립성에 다소의 상처를 남기는 오점을 기록했다.

▷국민당 창당◁

국민당의 창당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은 92년도 정계구도에 주요한 변수중 하나로 작용했다.

국민당은 창당 초기만해도 정치세력으로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으나 총선을 거치며 반양김 정서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제3당의 위치를 확고히 굳혔다. 국민당은 특히 야당이면서도 민자당과 지지기반이 겹쳐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민자당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국민당은 이러한 과정에서 양당 구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역학관계 형성에 큰 몫을 했다.

국민당은 우선 총선에서 31석의 의석 확보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면서 기성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다.

국회내에서 국민당이 과연 총선 당시의 상징적 의미만큼 충분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느냐에 대해선 아직 평가가 이르지만 전체 정국구도에서 차지한 비중은 제3당으로서 확고한 것이었다.

더욱이 대선 과정에서는 양김 후보진영의 중간자 위치에서 선거판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기도 했다.

국민당은 그러나 대선결과 총선에도 못미치는 득표율을 기록함으로써 그동안의 인기에 대한 「거품」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재벌의 참여에 대한 논란과 함께 선거 뒷마무리 과정에서 보여준 우여곡절 등은 국민당의 참신성에 상당한 타격을 준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당은 대선이 끝난뒤 현대와의 완전한 관계단절 등 공당화를 위한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황영식·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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