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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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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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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또 저물어 간다. 해가 바뀌는 것은 4계의 순환과정이다. 세세년년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자연법칙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일이 되면 가는 한해를 아쉬워하며 회한에 젖게 마련이다. 1992년은 여느 해와 달라 더욱 그렇다. 5년 임기의 한 정권이 이 해와 함께 사실상 임무를 끝내게 되기 때문이다. ◆「6·29선언」을 통해 민주개혁자로서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면서 노태우대통령이 국민 직선으로 선출됐던 5년전 바로 이때쯤이 주마등처럼 회상된다. 그후 5년­.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고,사회전반에 걸쳐 민주화가 큰 걸음으로 진척됐으며,소련 및 중국과도 국교를 트게 된 것까지는 역사가 평가함직하다. ◆그러나 민주화의 뒤안길에서 우리가 지불한 대가가 너무 비싸지 않았나 하는 후회 또한 적지않다. 다수의 힘을 앞세우고 생떼를 부리는 집단민원,회사가 망하든 말든 급여를 더 내야 한다는 노조,교사와 의사들마저 노동자를 자처하고 하루도 쉬지않는 대학가의 시위,그 와중에서 직장과 대학,행정,사법,기업 등 사회 중추기관의 무력화로 위기감에 휩싸여야했던 때가 어디 한 두번이었던가. ◆그리하여 문을 닫고 도산한 중소기업들,수출격감,경제성장률 둔화,공해에 찌드는 대도시들,폭력사건의 급증,히로뽕 복용자의 만연,도덕과 윤리의식의 마비…. 지난 5년동안 골병이든 이 사회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언어들이 어찌 이뿐이겠는가. 공권력부재 차원을 넘어 국가부재란 한탄마저 자주 들어야 했다. ◆우리가 이처럼 민주화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사이에 일본은 엊그제 무역흑자 1천억달러를 초과했다. 대만도 이해에 드디어 GNP 1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선진국으로 진입,우리를 따돌리고 저만큼 앞서가고 있다. 개인이든 국가든 훌륭한 과거가 훌륭한 현재를 만든다고 한다. 지난 5년의 나빴던 과거사들일랑은 92년과 함께 역사속으로 묻어버리자. 그리고 훌륭한 미래를 만들기위해 오는 해를 열심히 뛰어보도록 하자. 나래를 접는 1992년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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