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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장관 친인척 비리/독일 정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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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장관 친인척 비리/독일 정계 “시끌”

입력
199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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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조카 회사제품 추천편지 발단/“묄레만,직위남용” 언론비난 증폭【베를린=강병태특파원】 연말 휴가중의 독일 정계가 부총리겸 경제장관의 직위남용 스캔들로 들끓고 있다.

추문에 말린 묄레만 경제장관(47)은 집권 연정 파트너 자민당(EDP)의 차기 당수로 유력시돼온 인물. 그는 처사촌이 운영하는 기업의 제품을 추천하는 공식 편지를 슈퍼마켓 체인들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 직전 주간 슈테픈지의 첫 보도로 폭로된 이 스캔들은 언론들의 잇단 추문폭로로 크게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의회는 신년 벽두인 1월4일 경제위원회를 소집,진상을 추궁키로 하고 카리브해변서 휴가중인 묄레만을 긴급 소환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묄레만의 사임과 내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높다.

스캔들의 발단이 된 문제의 편지는 지난 3월 묄레만 장관명의로 대형 슈퍼마켓 체인회사 세곳의 사장들에게 보낸 것. 장관전용 편지지에 자필서명이 된 편지는 슈퍼마켓의 고객용 손수레 자물쇠에 보증금 형식으로 넣는 동전을 대체할 수 있는 신개발 플라스틱칩을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개당 2.5마르크짜리 칩을 만든 프로인벤션이란 작은 기업의 공동대표가 묄레만의 처조카였다. 슈퍼마켓 회사 사장들은 경제장관의 편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나 제품 자체가 실용가치가 별로 없어 「추천」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묄레만이 인척을 위한 개인적 로비에 직위를 이용한 사실은 큰 물의를 빚었다. 여기에 묄레만의 무책임한 해명자세는 언론의 비난공세를 부채질했다. 묄레만은 추문이 보도되자 『공무여행 때 긴급용으로 백지 서명해둔 용지를 측근들이 허락없이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곤 예정된 휴가를 떠나버렸다. 그러나 언론과 야당은 물론 집권 기민당 소속은 포겔 정부 대변인조차 『장관 승인없이 공식 편지가 작성될 수는 없다』고 묄레만의 해명태도를 비난했다.

이렇게 되자 자민당내에서도 이 사건을 『치욕적 추문』이라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언론들은 묄레만이 과거에도 공사를 가리지 않는 처신으로 물의를 빚은 사실을 거론,그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있다.

묄레만은 외무차관 시절 독일·아랍협회장을 겸임하면서 동생이 독일 기업의 사우디주재 로비이스트를 맡아 물의를 빚었었다. 또 자신과 연고가 있는 PR회사를 각료들에게 소개하는가 하면 교육장관 시절엔 고향의 맥주회사와 제과업계 등을 공식 행사에 간접 선전해 지탄을 받았다. 언론들은 29일 묄레만이 선거구에서 「만병통치술」을 시술하던 전통요법 치료사가 폐업조치당한 사건에 개입,보건당국에 선처를 당부하는 편지를 보낸 사실을 다시 폭로했다.

언론들이 묄레만의 비위를 집요하게 추적,공세를 펴는 것은 정계의 도덕성 상실과 정당정치 놀음 등에 대한 일반의 염증과 비판이 높은 것과 관계가 있다.

묄레만은 자민당 전후 세대의 기수격으로 자민당의 대부 겐셔 전 외무장관의 총애와 권력게임에 의해 고속성장을 거듭,내년 1월 은퇴하는 람스도르프 당수의 후계자 서열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거듭된 비위논란으로 정계 일반의 도덕성 저하와 전후세대의 개인주의 행태를 함께 상징한다는 지탄이 많았다. 또 정당내 권력게임과 연정내 자리배분에 의존,전문적 역량과 정치적 책임에 과분한 경제장관과 부총리직을 차지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그는 경제장관직의 자민당 배분관행에 따라 경제장관이 됐고 겐셔 사임후에는 자민당 대표격으로 부총리직을 승계했었다. 이와관련,슈피겔지 발행인 루돌프 아우그스타인은 기명칼럼에서 에르하르트 전 총리,슈미트 전 총리,칼 쉴러 등 경제장관을 지낸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묄레만을 비교하며 그의 장관사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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