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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반성/「변화」를 다시 숙제로 넘기면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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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반성/「변화」를 다시 숙제로 넘기면서(사설)

입력
1992.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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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치의 시대를 열었다는 보람으로 묵은 한해를 결산하게 된다. 오늘도 마감하는 올해는 선거로 시작해서 선거로 끝났다. 3·24 총선에서 14대 대통령선출까지,온나라가 선거에 몰입한거나 다름 없었다. 정치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벌어진 두차례의 선거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케 한 것이다. 결국 문민시대의 개막은 국민의 선택과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분명히 시야가 탁 트였다. 권위주의와 군사문화의 껍질이 아직도 잔존하나,그 껍질을 벗기려는 진통은 새로운 희망의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문민시대의 여망을 기다리는 소망과 신념은 확고하다. 역사의 흐름을 바로잡는 기회가 도래했다는 사실만도 큰 위안이다.

지난 한해도 정치의혼돈과 무력으로 주름살이 깊었다. 경제의 침체로 사회전반이 활기를 잃었다. 밖으로 세계가 급변하는데 우리는 방향조차 상실한듯 방황하기 일쑤였다. 그 최대요인이 예측이 불가능한 정치현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일관성이 없이 헤매고,믿음성있는 여당이나 기댈만한 야당의 존재가 좀체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도 국민의식은 크게 성장하고 성숙성을 발휘하게 되었다.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기대와 성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안정속의 변화이든 개혁이든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소망이 확실하게 분출했다. 모두 한마음으로 신뢰받는 정치,경제의 활성화,깨끗한 사회가 이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도약의 의지가 요구되고 있다.

누적된 나라안의 과제와 더불어 국제환경 또한 우리에게 시련을 강요하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북방외교에 골몰하며 기틀을 마련했지만 세계 경제전쟁과 지역적인 경제이기주의에 어떻게 대응할지 진통만 거듭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미국엔 새로운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 등장한다. 벌써부터 무역마찰과 갈등이 예상된다. 한미의 협력강화와 소원해진 한일관계의 재정립이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 계속 밀리며 역부족을 드러내고 있음도 깊은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의 흐름도 극심한 부침을 거듭하고 있음을 외면할 수 없다. 남북 기본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의 발효로 접근이 가속되리라 기대했건만,남한 조선노동당 간첩사건으로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북한의 변화는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한 대화와 협상은 암담한 지경이다. 해빙기의 아침이 언제나 밝아올지 「침묵」에 매몰된 남북문제는 마냥 겨레의 고충으로 남는다.

우리가 딛고 선 나라 안팎의 환경과 조건은 이처럼 가혹하다. 시련에 밀리면 좌절에 빠진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고통과 장애는 오히려 도전의 의지를 점화시킨다. 이것을 박차고 나서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는 확신이 선다.

화합의 정치가 변화의 견인역을 맡고 경제의 저력을 복원하며 건전한 기풍을 진작하면 문민시대의 앞날은 낙관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의 진운을 똑바로 파악하고 그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바깥세계에 눈을 떼지말고 다부진 결의로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이다. 실속없는 허세는 배격되어 마땅하다.

무거운 숙제의 보따리를 새해 새정권에 넘겨주는 한해가 되었다. 변화의 시대의 주역은 우리 스스로이고 책임 또한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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