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승진 임직원 사기진작/불투명한 경제여건 공격적 대응/친정체제 강화·PK 중용… 대외업무 강화대부분의 그룹들이 연말 임원인사를 마무리짓고 새해 경영의 기본 포석을 마쳤다. 올해 인사는 급격한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문민정치시대에 대비한 인물들을 등용해 볼확실성을 줄여나간다는 재계의 의지가 반영돼 예년과는 다른 몇가지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
주요그룹들은 이번 인사에서 어려웠던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승진인사를 단행해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고 오너 친인척들을 그룹의 전면에 내세워 대외업무의 역할을 분담하고 친정체제를 강화시켰다. 또 정치권의 새로운 변화에 걸맞는 전문경영인들을 대거 그룹의 최고 경영층에 집중 배치,경영층 인맥을 통한 새 정부와의 관계강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의 경영진이 대폭 젊어졌으며 그룹마다 새로운 원로진이 구성돼 경영 외적인 부문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인 대규모 승진은 삼성·현대·럭키금성 등 상위 재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사장단과 임원진을 포함해 2백29명을 승진시켰던 삼성그룹은 올해 인사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백54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럭키금성 역시 지난해 1백35명 승진에서 올해에는 1백61명을 승진시켰다. 특히 정치바람에 휘말려 상당기간 경영공백이 우려됐던 현대그룹도 이번 인사에서 지난해보다 40명이나 많은 2백88명을 승진시킴으로써 승진을 통한 내부결속에 나섰다. 주요그룹들이 부진했던 올해 경영을 반영해 승진보다는 문책성 인사에 치중할 것이라는 당초에 예상을 깨고 대규모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은 올해 이상으로 내년도 대내외의 경영여건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영업방식 보다는 한층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풀이된다.
각 그룹의 경영층이 젊어짐으로써 지금까지의 그룹의 간판으로 활동하던 최고 경영진들이 2선으로 물러났다. 지난 55년 삼성그룹에 입사,40년 가까이 그룹의 핵심역할을 했던 중공업의 최관식회장과 전자의 강진구회장이 그룹의 고문 등으로 맡은 분야를 통괄하는 자리에 올랐고 현대그룹에서는 이현태 지주현 김정국사장이 회장으로 올라갔다.
이들의 승진 및 업무영역 조정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경영 외적인 변화에 대비해 기업경영보다는 그룹의 대외업무에 역점을 두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경그룹의 대규모 부회장 승진이나 럭키금성그룹 이헌조 금성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쌍용그룹 노철용사장의 고문임명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럭키금성의 이 부회장과 쌍용의 노 고문은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와의 특수관계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삼성전기 황선두부사장의 사장 승진과 삼성전자 최훈전무의 삼성중공업 부사장 승진을 비롯해 대내외적으로 PK(부산·경남) 인맥으로 분류되고 있는 임원들이 이번 인사에서 대거 승진한 것도 새 시대에 대비한 인물의 중용으로 풀이된다.
주요그룹 오너의 친인척이 대거 회장단 대열에 합류한 것도 이번 인사의 큰 특징이다. 쌍용그룹 김석원회장의 동생인 김석준 쌍용건설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고 동양그룹 현재현회장의 동서인 담철곤사장이 그룹 부회장으로,태평양그룹 서성환회장의 아들인 서영배 태평양종합산업 사장이 회장으로 각각 승진했으며 선경그룹 창업자인 고 최종건회장의 장남이며 최종현회장의 조카인 최윤원 선경인더스트리 사장도 부회장으로 회장단 반열에 올랐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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