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산 기관장 모임」 사건과 그 모임을 폭로했던 도청사건을 모두 사법처리,불구속 기소키로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검찰 결정으로 수사착수 초기 모임사건은 무혐의처리하고 도청사건만 구속기소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팽배했던 국민적 의혹과 정치적 형평시비의 늪에서는 일단 벗어나게 되었다.이들 사건이 모두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던 것이었던 만큼 그 처리가 과거처럼 국민정서나 법감정과 어긋나게 이뤄졌었다면 그로인해 초래됐을 혼란과 불신은 정말 대단했을 것이다.
검찰이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겪었을 내부진통이 짐작간다. 과거부터의 여당편들기 관행에다 모임을 주재한 전직 검찰총수에 대한 예우,그리고 현직 의원과 안기부 직원마저 두루 연루되었을 뿐 아니라 관계법 조문마저 모호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두사건 관련자 처벌을 둘러싼 여론의 압력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검찰이 전직 총수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하는 전례없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일단은 국민의 법감정에 부응하고 두사건 처리의 외형적 형평을 이룰 뿐 아니라 선거사범에 대한 엄벌의지를 표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이번 결정이 새로운 문민시대의 출범을 앞두고 검찰이 권력의 눈치만 보아온 과거의 고질적 타성에서 벗어나 검찰의 중립화와 독립적인 위상 재정립의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구체적으로 검찰이 사법처리 결정과정에서 「부산모임」을 「대책회의」 성격의 모임으로 보지않아 김기춘 전 장관을 제외한 기관장들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고,모임후의 그들 행적에 대해 적극 수사를 펴지못한게 아닌가하는 지적은 있다. 또 정몽준의원을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해서도 다른 의원 관련 선거사범 처리와의 또다른 형평성 문제가 정치적으로 제기될 여지는 아직도 남아있다 하겠다.
기소된 두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유지 문제도 관심거리이다. 김 전 장관에게는 포괄적 선거운동 금지규정을 적극 해석해 적용했고,도청문제 처벌 법조문이 없어 주거침입죄와 범인도피죄 등을 각각 적용했다는데,이같은 법적용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부산모임이나 도청사건은 근원적으로 과거 어두웠던 시절의 잘못된 잔재요 유산임을 상징하는 깊은 의미가 있다. 새 시대를 맞아 그런 과거의 어두움은 장막이 걷힐 수 밖에 없다는게 국민적 바람이다. 이런 바람이 이번에 검찰의 결단을 이끌어냈고 법원의 판결로 이어져 나갈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여러문제가 노출되고 있는 선거법의 보완·개정문제와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도청 등에 대한 명백한 법규제정 등이 과제로 남아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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