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금지구역 침범 계산된 의도로 간주/이라크 도발적 행위 사전 봉쇄/“보복감행땐 역보복 불사” 경고미국은 28일 이라크기 격추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걸프해역에 항공모함 키티 호크를 긴급 출동시켜 이 지역 수호의지를 다시한번 과시했다. 미국이 이날 출동시킨 항모 키티 호크는 원래 걸프해역에 배치돼 있던 것으로 「희망회복작전」을 위해 최근 소말리아 해역에 일시적으로 파견돼 있었다.
키티 호크의 원대복귀는 표면상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을 감시하는 다국적 연합군 비행기들의 초계 비행업무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라크측이 야기할지 모를 만일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데 본뜻이 있다. 즉 미국은 70대의 전투기와 5천5백여명의 병력이 탑재 탑승하고 있는 막강 항모 키티 호크를 걸프해역에 재배치함으로써 이라크측이 보복을 감행할 경우 즉각적인 역보복을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에는 75대의 미 전투기가 초계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이번달초 항모 레인저호가 키티 호크에 이어 소말리아로 이동배치됨에 따라 이라크 인근의 걸프해역에는 항공모함이 단 한척도 배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대이라크 과시용으로라도 키티 호크를 걸프만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미국이 이처럼 걸프만의 이상기류에 신속하고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발생한 이라크전투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이 결코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부가 걸프전 2년을 맞고 있는 다국적군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행위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국방 외교전문가들은 이라크 전투기가 지난 27일 북위 32도 이남의 비행금지구역내 남쪽 32㎞까지 깊숙이 침범,다국적군의 경고를 무시한채 대항태세를 취하다가 결국 격추라는 최악의 사태를 빚은 것은 우연이 아닌 계산된 의도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시각은 이라크기의 금지구역 침범이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유엔이 올해초 남부 이라크지역 시아파 회교도의 반란을 후세인 정권이 무력 진압한데 맞서 회교도 보호를 위해 지난 8월27일 북위 32도 이남 이라크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이래 이 구역에 이라크기가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주목하고 있다. 4개월 가까이 잠잠하던 이라크기가 금지구역을 돌연 침범한 것은 지금이 안팎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이 정권교체기에 있고,국제적으로도 소말리아 기아문제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문제 등 서방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쏠려있는 시기이므로 다국적군의 걸프지역 수호의지를 시험해보기에는 적기라고 이라크측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여기에는 이라크의 군기방화에 대한 서방의 입장이 어느정도인지를 떠보자는 의도도 숨어있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의 F16기가 후세인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즉각 강경대응을 한 것이나 클린턴 대통령당선자가 사건직후 미국의 대응을 전폭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클린턴은 『후세인이 미국과 유엔의 결심을 시험해 보려한다면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임으로써 후세인이 차기 미 행정부의 대외문제 개입의지를 재보기 위해 이번과 같은 도박을 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같은 대응에 대해 이라크는 일단 강력한 비난과 함께 『적적한 시기에 피로 보복할 것』이라며 항전의지를 표명하고 있고,미국 역시 『필요하다면 키티 호크 출동 이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이 미국의 의지시험용이고,이라크기 격추와 키티 호크함 재배치가 이 시험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응답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면 불안요소가 더이상 확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이라크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후 줄곧 이 조치를 영토와 주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하면서 수용불가입장을 밝혀왔고 미국내에서 조차 영토분할의 당위성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돼온 만큼 분쟁 재연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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