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범 김 총장체제 시금석”단안/“본말전도”비난여론도 크게작용검찰이 부산기관장 모임을 주재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과 국민당 정몽준의원,안기부직원 김남석씨 등 도청관여자 4명을 불구속기소한 것은 검찰권 정립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특히 김 장관에 대한 기소 결정은 얼마전까지 검찰총수와 법무부장관을 지낸 「검찰대부」를 피고인으로 법정에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난5일 출범한 김두희총장 체제하의 검찰권행사 향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부산모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법적용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애써 표면에 내세워왔지만 실질적으로는 김 전 장관 문제가 최대의 난제였다.
수사초기 검찰내부에서 감지됐던 『이미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마당에 다시 칼질을 한다는 것은 무리아니냐』는 분위기는 검찰의 고민을 단적으로 나타냈었다.
특히 이같은 기류에 『전직 장관이 사사로운 자리를 마련,선거얘기를 나눈 것을 선거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해석이 뒷바침되면서 기소불가론 즉 무혐의처분 주장이 강하게 돌았었다.
그러나 21일 도청가담자들의 전격 연행으로 도청 수사가 진전되면서 일기시작한 「본말전도형 수사」비난과 『변혁기일수록 정도를 걷는 것이 검찰위상을 정립하는 길』이라는 내외부적 주장이 작용하면서 사법처리 하되 불구속 기소하는 절충형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칫 이 사건을 잘못 처리할 경우 실추된 검찰의 위신을 회복할 길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불구속기소 결정에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 결정의 의미를 충분히 새길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수준이었느냐 하는 데는 이론이 있다.
검찰은 부산기관장 모인을 『김 전 장관이 재임중 알게된 기관장들의 노고를 치하하기위한 조찬모임이며 일정한 주제없이 토론아닌 방담을 한 자리에 불과했다』는 전제에서 선거대책회의로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점에서 ▲김 전 장관의 발언에 수동적으로 체험담과 의견을 짤막하게 제시하고 ▲대화내용에 따라 아무런 결론을 도출한 적이 없는 기관장들은 선거법 62조의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그러나 검찰의 결론대로 부산모임이 선거기관 대책회의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김 전 장관과 안면이 없는 기관장들이 참석했던 점 ▲일부 참석자들이 관권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던점 등을 고려,기관장 개개인의 선거법 위반 여부수사가 좀더 철저히 진행돼야 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다.
기관장모임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도청사건의 경우 정 의원과 도청실행자 3명을 불구속기소 함으로써 최소한의 사법적 제재는 내려진 셈이다.
검찰은 도청수사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반사회적이고 비도덕적인 도청행위는 철저히 응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왜 「검찰권의 정당한 행사」를 두고 본말전도형 수사라는 비난이 제기됐느냐 하는점을 새겨봐야 할 것이다.
수사초기 보였던 검찰의 태도는 『부산기관장 모임의 파장을 희석시키기 위한 점이 전혀 없었다』고 믿기에는 다소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당측에 모임정보를 제공한 안기부직원 김남석씨의 소환조사에서 정보입수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김씨가 도청한 정보를 도청에 이용하지 않았느냐 하는 의구심을 떨굴수 없게 한다.
그러나 검찰이 전직총수를 법정에 세우고 주거침입죄라는 우회적인 협의까지 적용,도청가담자들을 기소한 결정이 형평시비를 고려한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검찰권의 입지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는게 검찰의 전망이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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