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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지 않은 걸상」/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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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지 않은 걸상」/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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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 묵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을 채비에 바쁜 세모다. 새해 2월25일이면 김영삼 행정부가 출범하고 노태우 행정부는 역사속으로 퇴장한다.김영삼 대통령당선자는 12·18 대통령선거기간에 「안정속의 변화」로 자신을 김대중 민주당 후보나 정주영 국민당 후보와 구별짓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는 당선뒤에도 이를 재확인했다.

이제 국정의 조타를 맡게된 그는 어려운 선택을 하게돼 있다. 신병현 전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모경제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안정」과 「변화」를 어느선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경제에 「안정속의 성장」이란 말이 있다. 이말은 「인플레 없는 성장」을 뜻하는데 모든 정치지도자들과 경제각료들이 희구하지만 쉽게 성취하지 못한다. 안정에 역점을 두다 보면 불황으로 넘어가기 쉽고 성장을 선호하다 보면 인플레를 가져온다.

「안정」과 「성장」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역시 김 대통령당선자가 풀어야할 중요과제의 하나다. 6공 정부의 현행 안정기조정책을 승계할 것이냐 아니면 이것 역시 전면 수정하여 경기부양정책을 쓸 것인가. 참고로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미국의 격언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걸상은 부서지지 않았으면 고치지 말라』

개선한다는 것이 종종 개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사태를 경계한 말이다. 그렇다고 개혁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6공의 현안 정책에 대해 재벌그룹 기업에서부터 영세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불만의 수위가 높다. 기업들에는 국민경제 보다는 자신의 경기가 더 중요하다. 양자택일을 한다면 기업들은 모두가 장사 안된다는 경기침체나 불황보다는 장사 잘 되는 경기과열을 선호하는 것이 생리다. 긴축정책에 제일 먼저 반대하는 이익집단도 이들이다.

그러나 국민경제에는 기업이 전부가 아니다. 기업은 정부,기업,가계 등 3대 경제주체 가운데 하나다. 기업 특히 재벌그룹들은 한국경제의 생사를 쥐고 있다고 생각,통치권 쟁취에까지 도전하는 등 오만의 극치를 보였는데 정부와 국민이 없으면 그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국민경제차원에서 우리 경제는 거품을 완전 제거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체질개선은 철저할수록 좋다. 개체에 따라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나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면 경제정책의 안정기조 견지는 불가피하다. 올해 1년동안의 안정정책 성과는 괄목하다. 소비자물가 4.5% 내외(이하 91년 9.3%),경상수지 적자 45억달러 내외(87억달러),경제성장률 5% 수준(8.4%)이다.

성장률이 예상치 6% 수준과 1% 정도 떨어졌으나 소비자물가와 국제수지 적자는 크게 안정되고 개선됐다. 성장률의 예상외의 저조가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확대와 설비투자 촉진 등 보완조치를 취해놓고 있다. 이 두 부문의 신년 자금지원 규모는 올해보다 각각 34.3%,17.9%가 증액된 것이다. 정부의 「93년도 경제운용 방향」은 안정기조정책을 지속한다는 원칙아래 경제성장률 6내지 7%,소비자물가 4내지 5%,경상수지 적자 30억달러를 목표지표로 했다. 총통화(M2)는 올해(18.5%) 보다 낮은 13내지 17% 범위에서 신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당선자의 경제팀들은 「신경제」 정책을 펴기에 앞서 「필요이상 침체된」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양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경기를 어떻게 어느 만큼 부양시킬지 지켜봐야겠지만 안정기조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지금까지 고통을 감내하며 단행해온 안정기조정책은 금리인하,임금의 하향조정,부동산가격 안정의 정착 등 경제체질강하를 위한 결실을 시간문제로 남겨두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집권자들은 정치적 인기관리를 위해 긴축정책을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향이다. 그러나 김 대통령당선자로서는 집권 5년을 한눈에 조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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