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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점사태,후유증이 문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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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득점사태,후유증이 문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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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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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대학의 입시 뒤끝이 예년에 없이 시끄럽다. 시험이 끝나자 영어 8번 문제(주관식 출제)에 유사정답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부분점수를 주느냐 마느냐로 논란을 벌이다가 서울대가 뒤늦게 여론의 심각함을 의식,점수를 주기로 방침을 후퇴하는 해프닝을,빚은 것이 그 하나다.그러나 더욱 큰 혼란은 합격자발표와 더불어 각 대학의 합격선이 드러나면서 시작되고 있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이제까지 합격자를 발표한 유수한 대학들의 경우 3백점 이상의 고득점자 사태가 남으로써 합격선이 12∼15점씩 올라가고 고득점자들이 무더기로 낙방했다는 것이다. 학력고사 채점이 거의 마무리단계인 서울대의 일부 학과에서는 만점 득점자도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위 상위권 대학들에서 3백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전체 합격자의 80∼90%를 차지할 정도였고 중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20∼25점씩 올라갔다면 이번 학력고사는 출제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출제를 책임맡고 있는 국립교육평가원은 쉽게 출제됐던 지난해 시험의 난이도와 균형을 유지했으며 과외방지를 위해 학교공부에 충실한 학생들에 맞도록 함정출제나 까다로운 문제를 피하다 보니 다소 평이한 출제가 된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평가원은 3백점 이상 고득점자가 지난해의 1만2천명보다 2배 이상 많은 3만명 정도가 나온다해도 58만 수험생의 5% 밖에 안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해명을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학생선발을 전제로한 입시문제라면 적절한 난이도 조정은 필수적이고 시험의 생명이라할 변별력 또한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합격판정이 실력에 의해 가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는 실력보다는 실수 유무가 판정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이다.

변별력이 없는 문제들로 해서 각 대학당국이 합격자 전형에 고심했을 일들쯤이야 제쳐두자.

그러나 너무 쉽게 출제된 문제들 때문에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불합격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겪게될 혼란의 후유증만은 가벼울 수 없다는데서 우리는 우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말이 쉬워 3백점이지,1백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88.24점에 해당한다. 이만한 고득점을 하고도 불합격했다면 그러한 수험생들은 재수쪽을 택하기 십상이다. 진짜 실력이 있는데도 시험날의 실수로 불합격했다면 한번쯤 재수하는 것을 구태여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데도 너무나 쉬운 출제로 해서 얻어진 점수에 현혹되고 미련을 갖게 되어 재수생 사태가 난다면,학력고사가 이번으로 끝이라해도 그 후유증을 어찌할 것인가.

또한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새해부터 새로 도입되는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대응자세다. 시험형태는 다르지만 역시 국립교육평가원이 출제하는 것이니 「보나마나한 시험」이라면서 대학별 본고사 과목인 국·영·수 과목위주로 입시준비에 임하게 된다면 고교교육의 정상화는 더욱 난감해질게 뻔하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같이 예상되는 후유증들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수학능력시험이 학력고사와 어떻게 다르며 출제를 어떤 방향으로,난이도는 어느정도 하겠다는 것 등을 계도하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 격증할지 모를 재수생 대책도 예년과는 달리 단단히 세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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