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면 온통 김영삼 새 대통령당선자가 할 일들로 채워져 있다. 선거 때에 제시한 공약을 비롯해서 각 분야의 개혁 개선 청사진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정부부처의 기구개편에 숱한 위원회 등의 신설,그리고 새 정부의 인사쇄신에 이르기까지 각양 각색으로 무성하다. ◆출처도 없이 쏟아지는 각종 개혁안의 홍수를 보고 있노라면 어지러워 현기증이 난다. 선거가 끝나더니 이 나라가 갑자기 다른 나라가 되는 것인가. 무슨 혁명이라도 난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세상은 온통 모순덩어리였단 말인가. 새 대통령이 나오면 금방 낙원으로 변한단 말인가. ◆개혁안 홍수에 못지 않게 쏟아져 나오는 것이 김영삼당선자에 대한 요구와 주문이다. 이것부터 해야 한다. 저것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인사는 이렇게 하라. 개혁은 저렇게 하라. 내로라는 각계의 인사들이 모두 나와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고 있다. 이런 저런 요구와 주문에 새 대통령도 아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 ◆김영삼당선자 자신도 새 대통령의 이미지를 어떻게 심을까하고 퍽 고심하는 것 같다. 선거가 끝난뒤 열흘동안 그가 내린 몇가지 결정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방탄차 제공을 거부했고,안가에 가서 집무하는 것도 반대했다. 1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당선 축하파티를 비롯,각계에서 하겠다는 각종 연회도 모두 못하게 했다. ◆서민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고 싶기도 하고 권위주의 관료주의를 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는 곧 국민들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도 국민과 가까이 살면서 국민의 뜻을 따라 정치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인의 장막에 갇혀있지나 않은가,관료체제의 틀에 얽매어 있지나 않은가를 항상 점검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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