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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장에 「사랑의 집」 세밑선물/홍천 이은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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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장에 「사랑의 집」 세밑선물/홍천 이은숙양

입력
199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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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합심 노숙걱정 씻어길거리에 나앉게 된 소녀가장이 가족이 이웃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세밑에 새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영하14도를 기록한 지난 14일 어린 두 동생과 함께 새집으로 이사한 소녀가장 이은숙양(15·강원 홍천군 남면 양덕중2)은 동생들을 부둥켜안고 감사의 눈물을 쏟았다.

4년전 어머니가 집을 나가버리고 아버지도 이를 비관,술로 나날을 보내다 지난해 9월 지병으로 숨지자 은숙양에게는 남의 얘기로만 들렸던 「소녀가장」이라는 무거운 시련이 닥쳤다.

은숙양은 부모가 남긴 유일한 재산인 방한칸짜리 낡은 슬래브 집에서 은정양(12·화전국교6) 재덕군(11·화전국교5) 등 두 동생을 보살피며 학업과 생계를 혼자 꾸려나갔다.

그러나 학비와 3식구의 생계유지가 점점 어렵게 되자 지난 9월 남아있던 방한칸을 50만원에 팔고 남의 집을 전전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지난 추석때 남면일대 불우이웃을 위문왔던 육군 11사단 기무부대장이 이들의 딱한 사정을 알고 집지을 부지만 마련되면 새집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 동네 이장 이인섭씨(41)가 선뜻 30평의 땅을 내놓았고 남면사무소는 이에 힘을 얻어 양덕중교장·군 부대장·면장 등으로 「소녀가장 은숙양돕기 추진위원회」를 구성,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운동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공무원·기업인·학교육성회·이웃돕기 민간단체 등으로부터 성금이 답지,한달여만에 8백40여만원이 모여였다.

또 각 건설업체서는 보일러·유리 등 자재 및 설비를 무상 지원해주겠다고 나섰고 은숙양과 두 동생이 재학중인 학교에서도 자체 모금운동을 벌여 58만원을 모았다.

주위의 노력으로 지난달 12일 화전3리에 「사랑의 집」공사가 착수됐고 군부대장병들이 야간작업까지해 43일만인 지난 14일 마침내 방 2칸에 욕실도 갖춘 15평 크기의 보금자리가 완공됐다.

『주위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동생들과 함께 꿋꿋이 살아가겠다』는 은숙양은 『이 다음에 이웃을 돕는 직업을 택해 우리가 받은 고마움을 반드시 보답하겠다』며 밝게 웃었다.<홍천=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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