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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거대시장이 「개장」하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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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거대시장이 「개장」하면(사설)

입력
199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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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흘뒤면 유럽에 인구 3억3천8백만을 거느린 거대한 「단일사장」이 탄생한다. 연말인 31일 밤 12시,그러니까 93년 1월 초하루 자정부터 유럽공동체(EC) 12개국중 영국·아일랜드 그리고 덴마크를 제외한 9개국의 국경이 사라지게 된다.이로써 사람과 물자 그리고 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하게 될 뿐 아니라 단일표준 및 규격으로 상품과 서비스가 통일될 것이고,금융기관의 활동이 EC 역내 전역으로 제한없이 확대된다. 기업들은 시장이 넓어진 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그만큼 미국이나 일본에 맞서 EC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EC 역내에 5백만의 새로운 고용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통합론자들은 EC의 경제활성화가 결과적으로 역외 국가에도 이익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C의 시장통합은 역외국가에 「울타리」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섬유·옷가지·신발같은 저가상품으로부터 자동차·사무용 기기에 이르기까지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미국·일본은 시장통합에 앞서 거액의 현지 투자를 해왔다. 일본의 5백53억달러,대만의 3억7천만달러에 비해 우리는 겨우 1억7천만달러선에 그치고 있다.

『90년대에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럽시장이 중요하다』고 미국계의 실업인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는 93년초부터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다.

이것은 그러나 도전의 시작일 뿐이다. 내년 하반기에 마스트리히트조약이 발효되면 EC 12개국은 보다 큰 경제·사회·정치적 통합을 시도하게 된다. 또 오스트리아·스웨덴 등 자유무역지역 7개국을 끌어들일 구상도 진행되고 있다.

북미대륙에서도 미국·캐나다·멕시코가 지난 17일 북미자육무역협정에 조인했다. 새로 들어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환경·노동문제 등에 강수를 쓸 작정이어서 우여곡절은 예상되지만,북미 3국의 단일경제블록화는 시작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확대·심화된다면 우리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이런 추세에 맞서 우리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나 시간은 극히 제한돼 있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은 엄청난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나흘뒤가 그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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