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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인생 28년 청산/“이제야 떳떳한 「한국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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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인생 28년 청산/“이제야 떳떳한 「한국인」 됐다”

입력
199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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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씨 주민등록 받아/취적에 애쓴 노재균 구의원을 양부로/혼인·출생신고도 함께「640424­1057719. 본적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132의23」

28년간을 호적이 없이 살아온 김현민씨(28·한국일보 4월22일자 조간 23면 보도)는 26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1동 사무소에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선명히 새겨진 주민등록 등본을 받아들고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비로소 법적으로 대한민국사람이 된 김씨는 아내 신현숙씨(23),딸 나리(1)와 함께 자신의 무호적 인생 청산에 결정적 도움을 준 서울 관악구의회 노재균의원(60) 사무실에 찾아가 큰 절을 올렸다.

지난 4월24일 호적취적신청을 낸지 꼭 8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간 애써주신 새 아버지 노 의원님과 온갖 마음고생에도 굴하지 않고 저를 격려해준 아내,딸 나리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김씨는 지난 4월21일 새벽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홧김에 행인과 시비를 벌여 서울 남부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으면서 「무호적자 인생」이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는 여섯살 때 대구 범어시장에 어머니 손을 잡고 나왔다가 그만 길을 잃고 고아가 됐다.

그후 음식점 배달원,철공소 공원,막노동판 일꾼 등으로 20여년간 전전하다 지난해 3월 아내와 살림을 차려 귀여운 딸까지 얻었으나 호적이 없어 출생신고도 못한 처지였다.

김씨의 기구한 사연이 본보에 실리자 『젊은이가 좌절에 빠지게 해서는 안된다』며 달려온 노 의원이 김씨의 취적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학교라고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해 취적에 필요한 10여종의 구비서류를 준비하는데도 힘이 들었고 인우보증인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김씨는 노 의원이 서류구비는 물론 인우보증까지 기꺼이 서준 덕택에 서울가정법원에 성본 창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노 의원의 도움으로 김씨는 지난 8월20일 김해김씨로 성본창설허가를 받아낸데 이어 11월에는 남부지원으로부터 취적허가 결정판결을 받았다.

그후 행정절차를 거쳐 이날 동사무소에서 비로소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받아 「대한민국 사람」으로 거듭 태어났다.

김씨는 호적취적과 동시에 혼인신고도 마쳤으며 딸 나리의 출생신고도 마저 해 버렸다.

김씨는 노 의원 덕에 호적을 얻었을뿐 아니라 어엿한 새 직장도 얻었다. 지난 6월부터 노 의원이 경영하는 건설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역시 노 의원의 권유로 교회에도 다니고 있다.

행정절차가 남아 아직 주민등록증을 받지 못해 지난번 대통령선거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으나 내년 1월께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앞으로 모든 선거에 빠짐없이 참여하 작정이다.

김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호적뿐 아니라 아버지도 새로 얻었다. 노 의원을 친아버지로 모시기로 한 김씨는 사소한 집안일까지 상의하곤 한다.

『도움을 주신 주위에 보답하고 정처없이 떠돈 28년 인생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제2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김씨는 『내년 4월의 29번째 생일쯤 아직까지 사정이 어려워 미룬 결혼식을 올리고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줄 계획』이라며 밝게 웃었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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