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덤핑공세엔 판로 “속수무책”/등록특허도 70%나 사장/정책·제도미비로 숱하게 좌절/“섣불리 매달렸다간 패가망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특히 시장이 개방되고 난 후부터는 낡은 기술을 고집하는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에는 사정이 다르다. 기술개발은 사업을 망치는 첩경이자 독약일 뿐이다.
섣불리 기술개발에 매달렸다간 막대한 돈과 노력을 일거에 날려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사업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국내 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외면하는데다 개발되기가 무섭게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던 외국업체들이 덤핑공세를 펴서 판로를 봉쇄해 버린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로 독자적인 영역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사장이 자살한 한국기체공업의 경우,어렵게 자동차 충격흡수 장치의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자동차 제조회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들 자동차회사들은 해외도입 기술로 같은 그룹의 계열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계공구업체인 조광정밀도 마찬가지다. 조광은 구 소련에서 초진공 펌프기술을 도입해 생산기술 연구원·포항공대와 합작으로 제품을 생산키위해 도면제작 등에 1억원이상을 투자했으나 삼천리그룹 등 대기업이 공구업에 참여하면서 가격인하 경쟁을 벌여 수익성이 악화됐고 결국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초 부도를 낸 동성반도체는 외국기업의 저가공세로 무너졌다. 신제품 개발로 상공부로부터 산업훈장까지 받았지만 일본회사의 무차별 덤핑을 견뎌낼 수는 없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최근 조사에서도 기술개발시 최대애로 사항으로 판로개척(24.4%)과 개발자금 부족(21.8%)이 꼽혔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이 갈수록 감퇴할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기술개발이 살 길이란 사실은 알지만 엄두를 못낸다. 기술개발의 척도인 특허의 경우 개발돼 등록까지 마친 특허의 70%가 사장되고 있을 정도다. 기협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81년에 16.9%였던 기술개발 투자업체 비율이 90년에는 10.3%로 뒷걸음질 했고 지난해에는 절반수준인 5.4%로 떨어졌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이 부진한 데에는 각 중소기업의 안이한 태도나 주위환경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의 기술개발 지원제도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지원책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도 내실있는 지원은 적고 지원시기 역시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실기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기관은 기술과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보다는 지나칠 만큼 부동산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모험기업을 위해 설립된 창업투자회사 역시 본업보다는 돈놀이에 치중하고 있다고 중소기업인들은 말한다.
특히 기술개발에 역행하는 정책과 제도까지 있어 개발의욕을 더욱 좌절시키고 있다. 최근 바뀌기는 했지만 외국에서 기계류를 수입시 대출받을 수 있는 외화대부제는 국내 기계류 구입자금의 금리보다 2%이상 싸 「바보나 국산을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또 조세감면 제도상에서도 기술도입보다는 합작투자가 더 유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기술자립을 저해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국내에 덤핑수출을 할경우 부과되는 덤핑방지 관세제도 역시 유명무실해 힘겹게 기술개발한 중소기업의 산업피해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