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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CIS… 존폐위기/정상회담 잇단 연기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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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CIS… 존폐위기/정상회담 잇단 연기 안팎

입력
199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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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모호… 각국 독자노선 채택 반목/경제난·민족분쟁등 겹쳐 진로 불투명【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소연방이 해체된후 구 소련 각 공화국들이 정치·경제적 동맹체로 새로 출범한 독립국가연합(CIS)이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5일 벨로루시공화국 수도 민스크에서 CIS 창설 1주년을 맞아 가맹공화국 대표들의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 중순으로 다시 연기됐다.

이번 정상회담 연기는 지난 7일의 연기를 포함해 3번째다. 이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의 와병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옐친과 나자르바예프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연기 이유가 석연치 않다.

CIS의 앞날이 이처럼 불투명한 것은 애초 출발부터 가맹국간에 정치·경제·군사적인 협정이나 향후 진로 등에 관해 분명한 청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각 공화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민족분쟁과 각 공화국내의 정정불안 등으로 상호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보다는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등 슬라브계 공화국이 독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소수민족의 공화국들은 마지못해 따라가거나 심한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8일 러시아,우크라이나,벨로루시 등 슬라브계 3개 공화국이 소연방 해체와 CIS 창설을 선언한 이후 12월21일 카자흐 수도 알마아타에서 발트 3국과 그루지야를 제외한 구 소련 11개 공화국 대통령들이 모여 CIS 출범에 서명했으나 각 공화국들은 CIS라는 모호한 실체하에 아무런 협력관계를 맺지 못해 왔다.

반면 각 공화국은 보다 독자적인 노선을 채택해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예를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석유가격·흑해함대·크림반도·보유 핵무기의 이동 등을 놓고 심한 논쟁을 벌인바 있다.

타지크와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을 놓고 군사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스크바 시민들은 「에스엔게」(CIS의 러시아식 발음)라는 단어 중간에 모음을 하나 삽입해 「스냑」(눈·설)이라고 CIS를 부르고 있다.

봄이 되면 눈이 녹듯이 CIS도 내년봄께는 해체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CIS의 해체에 대한 우려의 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서는 그나마 CIS의 존재 때문에 각 공화국간의 분쟁이나 대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 대통령은 『CIS는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나타난 부정적 결과들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만약 CIS가 해체된다면 구 소연방의 각 공화국들은 내전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브게니 샤포슈니코프 CIS 군총사령관은 『현재의 느슨한 형태의 협력체제를 대신할 강력한 국가연합체를 창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샤포슈니코프가 말하는 강력한 국가연합체란 각 공화국들이 「집단안보 협정」을 맺고 평화유지군을 창설하는 한편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같은 협정역시 인접 공화국간 협조나 상호 이해가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현재 각 공화국에 산재된 장거리 핵미사일을 러시아공으로 이전키로 했으나 일부 공화국서는 이를 어기고 핵미사일을 은밀히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러시아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는 일단 유사시 자신의 공화국에 위해를 가하거나 이익에 상반될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범 1년이 지난 CIS는 명확한 실체가 없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앞으로 각 공화국의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될 경우 각 공화국은 정정불안과 함께 자국의 이익에 집착할 가능성이 커 CIS 해체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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