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민자당이 다소 들뜬 분위기에서 집권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여전히 침울한 표정이다. 선거에서 패배한데다가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었던 지도자 김대중씨마저 퇴장해버린뒤라 그 공백으로 인해 허탈감이 더 한 것 같다.제2의 정당이자 전통 야당의 맥을 잇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지금이 어려운 시련기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동시에 새로운 야당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지금 참패의 늪에서 허덕이면서도 조용히 먼 장래를 향한 설계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새시대를 맞아 집권 야당인 민자당이 달라져야 하듯이 민주당도 변모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태의연한 야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찌들었던 만년 야당의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선거전까지 민주당은 김대중씨라는 지도자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운영되어 왔었다. 사실상의 1인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여당보다 더 경직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당내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러한 비판과 비난을 생각해본다면 김대중씨의 은퇴는 전통 야당에 새바람을 넣고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체제정비도 이런 방향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를 떠났다」고 결단을 내린 김씨를 찾아가 계속 괴롭히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교체와 아울러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소리를 적극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제 차세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민자당의 경우 차세대체제 구축이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김대중씨가 떠나고 없는 민주당에서는 시급한 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체재를 만드는데는 잡음과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들을 실망시킬 정도의 심각한 내분에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에 의해 새로운 모습의 야당이 나타났으면 하는 국민의 기대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새 체제를 만드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모범적이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민주당이 새 모습을 갖추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역성의 극복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민주당은 민자당과 마찬가지로 지역성의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어느지역에서는 몰표를 받고 다른지역에서는 외면당하는 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전국적인 야당이 되어야지,지역적인 야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침 민주당은 지금 체제정비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집안정리부터 먼저하고 나면 대여 투쟁노선이나 방법도 쉽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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