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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뿌리가 흔들린다(위기의 중소기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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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뿌리가 흔들린다(위기의 중소기업:3)

입력
199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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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횡포/어음 기일 멋대로 연장·상납까지 요구/「변덕 심한 공용」으로 군림/공존은 외면… 자금난 주범인셈/“거래선도 자주 바꿔 골병들판”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만성적인 경영난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탓이 적지 않다. 대기업은 중소 기업 없인 하루도 지탱할 수가 없다. 대기업은 하청관계에 있는 중소기업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중소기업이 탄탄해야 대기업도 탄탄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가 이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항상 불안합니다. 경기가 풀려 사업이 될만하면 대기업들이 떼지어 몰려오고 경기가 어려울때는 어음결제 기일을 멋대로 연장해 자금난으로 몰아넣습니다. 수주를 할 때나 대금을 받을 때 공공연하게 뒷돈을 요구하는 것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입니다.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을 개발해 놓으면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사려 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에 대기업은 변덕심한 공룡이다. 납품을 잘 받다가도 일방적으로 거래선을 바꾸는가 하면 사업성이 좋다 싶으면 아예 직접 생산해 버린다. 외상거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원가개념도 인정해 주지 않고 납품 가격을 후려치기 일쑤다.

한 중소기업인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외면하지만 않았어도 동료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일부 앞선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성장없인 대기업도 클수 없다는 인식 아래 중소 기업에 상당부분의 사업을 이야하고 중소기업과의 계열화를 통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대기업은 변덕심한 공룡의 횡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지적하는 대기업들의 횡포는 크게 공정거래 위반,개발상품 구매 기피,고유 업종 침해 등으로 대별할 수 있지만 낱낱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최근 중소 기협중앙회는 전체 중소기업의 94.1%가 외상거래를 하고 있고 외상거래 업체의 절반 이상은 90일이 지나서야 대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조사자료를 발표했다. 결국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해 대금을 이미 지불한 중소기업들은 상품을 만들어 납품해 놓고도 대금을 받지 못해 이중의 자금난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공정거래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금을 늦게 주는 것은 물론이고 없는 살림에 뒷돈까지 요구합니다. 발주때부터 커미션을 주고 물품검사를 나오는 대기업 관계자에게는 별도의 돈을 쥐어줘야 합니다. 하청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매월 정기 상납합니다. 심지어 대기업의 창고 관리자에게도 사례하지 않으면 납품에 애를 먹습니다』

구로 공단에서 기계부품을 생산,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인은 『원가계산에도 포함 안되는 이 돈의 규모도 엄청납니다』며 『고질적인 대기업의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한 중소기업의 도산은 막을 수 없습니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중소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부품을 대기업들이 구매하지 않는 것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들은 상품개발을 주문해 놓고도 정작 개발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외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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