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행려병자 보금자리 제공/윤화회생 보답…수입절반 선뜻국숫집 주인이 무연고행려 병자의 집을 마련,2년여 동안 운영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당주동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미리내 막국수」집 주인 최맹기시(49)에게는 90년 9월부터 운영해온 성북구 정릉4동 산1의1 「임마누엘의 집」에 사는 40여명이 한 가족이다.
막국숫집 「미래내」는 70년 광화문 뒤 옛 대성학원 입구에 문을 연 이래 중고생들에게 「즉석떡볶이」 선풍을 일으켰던 곳이다.
척박한 밭뙈기 밖에 없는 충북 중원군 ㅁ미면 공이리에서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하릴없이 뒹굴던 최씨는 형 현기씨(55)와 함께 서울에 왔다. 고향집 텃밭을 판돈으로 미아동에 국숫집을 차려 제법 돈을 모았으나 63년 자전거를 타고 국수배달을 하다 버스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두달여만에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뒤 자신도 모르게 근처 성당에 찾아가 감사 기도를 드렸다.
재기에 성공한 최씨는 광화문으로 가게를 옮겼고 성실하게 돈을 모아 90년 봄 세든 3층 건물을 사들일 수 있었다.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보답하는 길을 찾던 최씨는 행려병자들을 돌보기로 하고 90년 9월 9천여만원을 들여 임마누엘의 집을 구입했다.
「가톨릭작은예수회」가 운영하는 매혈자숙소 「작은소망의 집」과 미아동 성가복지병원·신림동 요셉병원 등의 소개로 무연고 행려병자를 모았다.
최씨는 임마누엘의 집에 매월 식당수입의 절반인 3백만∼4백만원씩 생활비를 대주고 매주 2차례 찾아가 성서말씀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지난 9월 술을 끊지 못하고 음주행패를 부린 2명을 강제로 내보냈을 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너무 큰 피해를 당해 어쩔 수 없었지만 이 추운 겨울에 어디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지난해 10월 이곳에 들어 온 유광준씨(46)는 『외부지원도 없이 우리를 돕는 최 사장님이 고맙기 그지없다』며 『하루 빨리 정상인오 돌아가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최씨는 자기대신 하루걸러 임마누엘의 집을 찾아 묵묵히 발짓고 발래해주는 아내 유순이씨(44)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시설을 더 늘려 재활작업장과 운동시설을 갖추겠다』는 최씨의 말은 대통령선거로 어수선했던 연말과 성탄절에 잊고 살아온 불우이웃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황상진기자>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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