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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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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정치에 「1백일의 밀월」이라는 말이 있다. 신문,텔레비전방송 등 언론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첫 1백일동안에는 대통령의 정책이나 정치에 대해 「협조」 또는 「비판을 유보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언론계에서 이것이 불문율로서 비교적 엄격히 지켜져왔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관행이 많이 퇴색되긴 했으나 그래도 상당히 의식되는 편이다. ◆사실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당선확정 직후부터 취임초기까지 극히 중요한 시기다. 정권과 정책의 잉태·출산기라 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가 이 시기에는 구속으로 부터의 해방을 원한다. 자연의 섭리는 지능의 높고 낮음을 가릴 것 없이 하찮은 미물에 대해서 조차 가능한한 이를 허용한다. 대통령당선자와 집권당이 조직과 정책방향의 수립에 최대한의 자유와 재량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선거이전부터 각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연구기관)들은 어느 당의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당선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경쟁을 벌인다. 서로 앞다투어 경기회복에서부터 교육·마약퇴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요분야와 쟁점에 대해 정책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심지어 국무장관에는 누구 누구가 적임이라고 각료까지 천거한다. ◆대통령당선자는 취임초기에는 이러한 싱크탱크들로부터의 아이디어 판촉이외에는 비교적 이익단체들로부터의 압력에서 자유롭다. 이익단체들은 새로운 대통령과의 관계 형성이나 개선노력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어느 누가 새로운 실력자와 처음부터 적대관계를 가지려하겠는가. 이것은 양당의 상·하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취임초 1백일이 정책수립의 최적기가 되는 것이다. ◆한국도 이제는 본격적인 문민 정치시대가 개막되느니 만큼 「1백일의 밀월」같은 유예기간을 주어 보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적어도 국정 청사진을 내놓을 때까지는 무책임한 편린적인 보도는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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