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새정부」 하에서 민주자유당은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기능을 할 것인가. 무엇이 여당다운 길이며 몫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민자당은 크게 달라져야 한다. 그것도 재창당하는 자세로,새시대의 흐름에 맞는 국민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구와 조직과 책임 당역자들의 얼굴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운영방식도 쇄신,개선해야 한다. 이것만이 민자당을 새롭게 살리는 길이다.김영삼당선자는 이번 선거기간중 유세 때마다 『앞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한국병을 치유하고 신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음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막강한 통치력과 행정력을 구사한다고 해서 국민의 바람인 개혁과 변화가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당을 어떻게 이끌어 과감한 개혁추진을 위한 당정협조체제를 이룩할 것이며,나아가 국회정치권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통령 공약실천의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다.
오늘날 민자당은 비록 재집권에 성공은 했지만 몸집만 거대하고 제대로 운신을 못하는 엉성한 집단의 모습이다. 3당 합당을 선언한지 3년이 가까워오지만 아직도 끊임없는 파쟁속에 계파간의 엉거주춤한 세력 지분연합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런 모습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러 승리한 것이 기이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이런 상태로는 본격적인 여당 구실은 어림도 없다. 때문에 김 당선자가 이같은 무기력하고 비효율적인 계파연합 상태의 민자당을 강력한 단일지도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개편하여 친정체제로 이끌어갈 뜻을 갖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임후 1년안에 국민들에게 공약한 대개혁작업의 승부를 걸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김 당선자로서,당정운영에 있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민자당이 새시대의 여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치들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첫째 당 규모와 기구·조직을 효율적으로 축소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당이 공룡처럼 덩치가 커야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국민속에 파고들어 고통과 기쁨을 함께하며 그들의 요구를 국정에 부단히 반영시키는 국민정당정책정당으로의 변신이 불가피하다. 둘째 계파를 완전히 해체,모든 당직의 인사를 능력과 필요위주로 단행해야 한다. 계파 해소작업의 일환으로 김 당선자가 「민주산악회」 「나사본」 「중청」 등 자신의 사조직을 해체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김 당선자가 무계파에 의한 강력한 단일친정체제를 지향한다면 어떤 형태의 사조직도 버릴 수 있어야 하며,그래야만 당내 파벌해소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문민 출신 대통령으로서의 여당 총재답게 당운영을 공개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최소한 몇가지라도 실현하는 일이다. 20∼30대 젊은층을 포함,참신한 각계 인사들을 대거 흡수하여 당운영을 일신하는 노력도 요망된다.
김 당선자는 정치개혁의 첫 과제인 대대적인 당개편의 실현여부가 자신이 최대 과제로 삼는 개혁과 변화의 성패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각 계파를 쓰다듬는 논공행상식이 아닌,그야말로 생산성·효율성·과학성에 입각한 당개편을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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