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풀 미니 정상회담 필요”/「팀」훈련 연기등 대북한 정책 수정/기본합의서·핵사찰 이행 유도를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외교안보팀의 인선을 완료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카터 전 대통령시절 주한미군 철수와 인권외교를+ 주창했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한미 양국의 기존관계가 앞으로 크게 변화하리라는 전망이 뒤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양국관계의 본질적인 변화는 양국에서 곧 출범할 새정부의 성격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미국은 클린턴이 당선됨으로써 전후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한국은 김영삼시대 개막으로 바야흐로 문민정치시대로 되돌아갔다. 양국은 20세기의 막바지에 커다란 정치 사회적 체질변화를 이뤄 기존의 양국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한미관계의 재정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러면 클린턴 새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한반도정책은 어떤 것일까. 또 미국의 새 한반도정책은 남북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통령 정보담당 보좌관으로 클린턴 진영에 합류한 윌리엄 크로 전 합참의장이 최근 낸 정책건의는 이러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주요단서를 제공한다. 그의 건의대로라면 워싱턴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북한이 전쟁도발의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이냐는 반문이다. 한반도문제는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미국은 느끼고 있다.
주한미군의 경우,동남아시아 전략구상에 나타나 있는 바대로 90년대 후반에는 지상군이 필요없게 되고 해군과 공군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게 미국의 판단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당면한 문제는 남북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를 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에 있다. 팀스피리트 군사훈련 때문에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스칼라피노 교수는 한때 중단되었던 팀스피리트훈련을 재개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며 이로 인해 미국이 얻는 이익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팀스피리트훈련에 소요되는 예산도 막대하기에 때문에 연기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이 미국내에서는 강하다.
클린턴은 취임이전이라도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와 접촉해 미니 정상회담을 갖고 팀스피리트훈련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팀스피리트훈련을 연기함으로써 남북한 상호 핵사찰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당사자들이 통일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자는게 논의의 핵심이다.
미국이 한반도 정책수립에서 대북한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 북한의 핵사찰 수용과 기본합의서의 성실한 이행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인 만큼 북한 등 적성국과의 교역금지법을 수정하든가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재미교포들이 북한에 있는 친지들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부시 행정부도 지난날 재미교포들의 북한 친지방문과 북한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바 있다. 따라서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이러한 조처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그러나 대외정책의 큰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클린턴은 선거기간동안 경제력의 뒷받침없이는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없으며 미국이 계속 강대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신념을 염두에 두고 클린턴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전략을 전망해보면 다음의 네가지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우선 미국의 경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군사비 지출을 과감히 삭감하고 해외주둔 미군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 궁극적으로 완전히 철수한다.
둘째,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인 인권을 중요시하고 민주주의 이념을 전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동서냉전이 무너진 현 시점에서 일부 국가의 독재체제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또다른 요인이 되기 때문에 민주정부를 지원해야 하며 그것이 곧 미국의 이익에 직결된다는 판단이다.
셋째,미국은 각 지역에서 기존의 우방국과 맹방관계를 유지하고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데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세계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조관계를 강화한다. 미국은 타국과 원만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권의 신성 불가침을 인식하고 북미 이외의 지역에 개입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변하고 있으며 클린턴 행정부에서도 새로운 선택을 고려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냉전시대에는 한국이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고 군사적 중요성이 감소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은 미국에 어떤 의미를 지니며 미국은 한국에 무엇인지 양국의 대통령당선자는 지금부터 냉철히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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