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법적용 어려워 처벌무리” 시각불구/도청관련 “편향수사” 논란에 선뜻 결론 못내검찰이 부산기관장 모임과 이 모임 도청사건 관계자들의 사법처리 문제를 두고 처벌 방침과 불처리방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치적 문제 등 수사외적 요인은 고려대상이 아니며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위법성여부를 판단할 따름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수사의 전개과정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할 수 없는 사건의 본질적 속성 ▲두사건 사이의 형평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여론 ▲부산기관장 모임을 주도한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인이라는 점 ▲법적용의 어려움 때문에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한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이 지난 5일 3대 임기제 검찰총장으로 부임한 김두희총장 체제하의 첫 비중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처리가 곧 중립검찰의 위상을 가늠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부담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검찰이 이 사건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검토하고 있는 큰줄기 ▲두 사건 모두 진상조사 차원에서만 수사를 종결하는 방안 ▲핵심 관련자들을 최소한도 내에서 형사처벌하는 방안 ▲도청사건 관련자는 처벌하고 모임참석자들은 무혐의 처리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두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형사처벌하는데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김 전 장관을 사법처리까지 하는 것은 심한 처사라는 생각이 있는데다 선거법 위반혐의의 확정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렇다고 두사건 모두 진상조사로만 끝낼 경우 정치적 사건에 약한 검찰상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돼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도청사건 관련자만 강도높게 처벌하고 부산모임 사건관계자는 유야무야 넘어갈 경우 거센 편파시비를 감수해야 할 처지이다.
검찰의 곤혹스런 분위기는 22일 도청에 관여한 국민당 및 안기부직원 등 핵심자 4명의 사법처리방침 변경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21일 김 전장관 등 모임참석자들의 소환에 앞서 도청관련자들을 20일 밤부터 전격소환,도청의 전말을 밝혀내고 핵심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애하는 비도덕적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넘긴다면 도청을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라며 이날 하오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폭로자인 국민당측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청사건 전격수사로 부산기관장 모임의 불법성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고 형평성 시비가 강하게 일자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들은 22일 하오 2시간여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도청사건 관련자의 처벌을 유보했다.
이같은 방침선회는 『부산기관장 사건수사는 소극적이면서 곁가지에 해당하는 도청사건만 부각시킨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은 두사건 관련자들에게 적용할 마땅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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